'사이버 사기꾼' 갈수록 판친다…한달 30∼50여건 피해

  • 입력 1999년 10월 15일 20시 00분


PC통신을 이용한 판매사기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각 통신업체에서 운영중인 ‘사이버장터’의 광고내용을 보고 지정된 계좌에 돈을 입금시킨 뒤 물건을 못받고 돈을 떼이거나 불량품이 배달되는 등 사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

지난달 중순경 박모씨(24)는 천리안의 ‘사이버장터’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시중가보다 10만원 이상 싸게 판다’는 광고를 보고 지정된 계좌에 20만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열흘이 지나도 주문한 물건은 오지 않았고 수차례 E메일로 경위를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도 오지 않았다. 결국 남의 ID를 도용한 사기임을 확인한 박씨는 천리안측에 수차례에 걸쳐 신고했으나 “문제의 ID는 정지시켰으니 경찰에 직접 신고하라”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최근 하이텔의 사이버장터에서 게임CD 판매광고를 보고 5만원을 입금시킨 김모씨(24)에게 배달된 것은 내용물이 빠진 CD케이스가 전부였다.

김씨는 사기꾼을 잡기 위해 신고센터에 피해를 접수하고 곳곳에 수소문했지만 범인은 이미 휴대전화까지 해약한 뒤 사라진 뒤였다.

이렇게 통신공간에서 사기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사기꾼 대부분이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을 악용해 남의 ID를 도용하거나 주운 주민등록증 등으로 ‘위장가입’을 하는데다 ‘선납’을 고집하기 때문.

주요 피해 물품종류는 네티즌들이 비싼 시중가격 때문에 구입을 망설이는 각종 소프트웨어 CD나 컴퓨터 CPU 하드디스크 등 PC관련 물품들이 주종이다.

각 통신업체의 사이버장터 게시판에는 사기피해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호소문이 한달 평균 30∼50여건에 이른다. 또 이 중 상당수는 ‘상습범’들에게 당한 피해사례들.

한편 해당업체 관계자들은 남의 ID를 도용한 온라인 공간상의 사기사건은 범인을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네티즌들이 주의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책이라고 말한다.

하이텔 관계자는 “만약 사기 징후가 있는 게시물을 접하면 먼저 통신업체에 연락해 신원을 확인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저마다 1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해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통신업체들이 게시판에 올라 있는 피해사례조차 확인하지 않고 사태를 방관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최근 천리안의 사이버장터에서 컴퓨터 CPU 판매광고를 보고 돈을 입금했다 사기를 당한 이상준씨(24)는 2개월 전 같은 사기꾼에게 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사례가 게시판에 올라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허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이씨는 “업체측이 피해사례를 확인한 뒤 ID 사용정지 조치만 취했더라도 추가피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 YMCA시민중계실 정미현(鄭美賢)간사는 “통신업체측이 온라인 공간에서 동일한 사기가 속출하는 것을 방치한다면 큰 문제”라며 “사기 징후가 농후한 상습범들에 대한 확인작업 등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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