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특진비 횡포…환자 3명중 1명꼴 부당진료비 피해

  • 입력 1999년 8월 22일 19시 00분


임신 9개월인 최모씨(29·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는 지난달 23일 강북삼성제일병원에서 임신성 당뇨검사를 받은 후 진료비 청구서를 받아들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단지 검사만 받았을 뿐 병원측으로부터 별다른 설명을 듣지도 못했는데 일반진료보다 3000여원 많은 1만1000여원의 지정진료비가 포함된 청구서를 받았던 것.

지정진료를 신청할 경우 원래 환자나 보호자가 신청서에 특진의사 이름을 기재하고 서명까지 해야 하는데 병원측은 환자에게 지정진료 여부도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정진료를 받게 했던 것.

당시 함께 검사 받았던 다른 임신부 두명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최씨 등이 강하게 항의하자 병원측은 “임신성 당뇨를 담당하는 의사는 특진의사뿐”이라며 “다른 환자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당신들만 따지느냐”고 오히려 핀잔을 주었다.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가 최씨 등의 사례를 접수해 조사한 결과 이 병원은 올들어 같은 방식으로 최소한 300여건의 진료비를 부당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다음주부터 삼성제일병원 앞에서 항의집회를 갖고 지정진료비 부당청구사례를 접수할 계획이다.

이처럼 서울시내 상당수 종합병원들이 환자의 진료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중인 지정진료제도를 악용, 부당진료비를 청구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YMCA가 지난달 26일부터 삼성제일병원 등 8개 종합병원의 지정진료비 부당청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환자 75명중 25명이 지정진료를 신청하지 않았는데도 병원측이 일방적으로 지정진료비를 청구한 것으로 집계됐다.

YMCA에 따르면 이들 병원중 일부는 동네의원 등 1차진료기관에서 의뢰된 환자들에게는 본인 의사도 묻지 않고 무조건 지정진료를 받게 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한 병원은 환자의 동의없이 지정진료를 받게 한 뒤 일반진찰료 명목으로 지정진료 수가를 청구하는 ‘눈속임수’까지 쓴 것으로 밝혀졌다.

YMCA는 또 지정진료의사가 아예 진료하지 않았는데도 지정진료비를 청구하는 병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사례를 조사중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96년 32개 전국 종합병원중 11개 병원이 지정진료의사가 자리를 비웠던 기간에도 지정진료비를 청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정진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불만도 극에 달해 YMCA의 최근 조사결과 환자 1100명중 515명(복수응답)이 지정진료제를 병원이용시 가장 큰 불만사항으로 꼽았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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