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법 시행 18개월]명확치 않은 공개범위

  • 입력 1999년 5월 30일 19시 18분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국민과 공유하는 일은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부정부패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국민의 지적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수단이 된다는 차원에서 정보공개는 강조된다. 그러나 법으로까지 정보공개를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정보공개법 시행 1년의 운영현황과 문제점을 알아본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알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목적으로 지난해 1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정보공개법이 6월1일이면 1년반을 맞이한다.

그러나 정보 공개의 주체인 공공기관들이 국민(또는 시민단체)이 요구하는 행정정보를 자의적으로 비공개정보로 해석해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보공개법에서 인정하는 비공개정보(7조)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 △법인 단체 또는 개인의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등을 포함해 모두 9가지. 그러나 의미가 추상적이어서 해석에 따라 공개정보도 비공개정보로 분류될 여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 공개 여부를 놓고 공공기관과 시민단체가 맞서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시장의 판공비 자료 공개 논란.

참여연대는 지난해 11월 행정 투명성 차원에서 시장 판공비 자료를 공개하라고 서울시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시장과 식사한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고 참여연대는 4월초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일본의 경우에도 97년 고등법원 판결을 통해 도쿄도지사의 판공비 자료가 공개된 바 있어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 참여연대측 입장이다.

참여연대 이태호국장(32)은 “당시 공개 결과 영수증의 70% 이상이 가짜로 밝혀지는 바람에 전체 지자체장의 판공비가 3분의1 수준으로 삭감됐다”면서“행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판공비 자료 공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세청의 소득세 표준소득률 산정방식 및 근거자료 공개 논란도 뜨거운 감자. 그러나 당초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공개를 거부한 국세청이 최근 참여연대측에 자발적으로 공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조만간 공개될 전망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비공개정보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공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혼란을 막기 위해 비공개정보에 관한 구체적인 시행지침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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