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발병 새경로 발견…조선대 유호진교수-美대학팀

  • 입력 1999년 4월 4일 19시 38분


암과 유전질환이 생기는 새 경로가 한국의 유호진(柳昊陳·38·조선대의대 약리학교수)박사를 중심으로 한 미국 에모리대 생화학과 연구팀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근호는 세포가 분열하지 않을 때에도 단백질 합성물질인 RNA의 이상으로 불량단백질이 만들어져 암이나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유전질환이 생긴다는 이 팀의 연구논문을 게재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DNA복제 및 세포분열 과정의 유전자 이상으로 ‘불량단백질’이 만들어져 정상세포를 죽이고 암세포의 활동을 도와 암이 생기는 것으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분열하지 않는 뇌세포와 거의 분열하지 않는 근육세포에서도 암이나 유전질환이 생기는 이유는 설명하지 못했다. 유박사팀의 연구는 바로 이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발견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박사는 4일 “에모리대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이 연구의 아이디어를 냈고 팀을 구성해 97년부터 1년여 동안 연구했다”면서 “살아있는 박테리아에 사람의 세포를 넣은 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세포가 분열하지 않을 때에는 DNA가RNA를만들고이 RNA가 단백질을 합성한다. 유박사는 “DNA의 유전정보 전달은 ‘RNA텔레머라제’효소가 맡는데 이 효소가 DNA에 이상이 생긴 것을 모르고 명령을 그대로 수행하게 된다”면서 “잘못된 정보에 따라 만들어진 ‘불량RNA’가 불량단백질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에모리대의 폴 도이치박사는 “유전자이상에 대한 연구 범위를 RNA쪽으로 확대함으로써 암 정복을 앞당길 수 있게 됐다”고 이번 연구에 의미를 부여했다.

고려대의대 생명과학연구소의 이경일(李暻日)박사는 “뇌종양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뇌세포와 관련이 있는 질환 연구의 새로운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서울대의대 약리학교실은 ‘암과 신경질환연구의 새 틀을 제시했다’고 평가하고 2일 유박사 초청강연을 가졌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