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보화 평가]국방부 『안보 악영향』 평가 거부

  • 입력 1998년 11월 4일 19시 15분


21세기 정보사회를 앞두고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돌고 있다.

국방부는 동아일보 정부 정보화 평가 대상기관 중 유일하게 평가를 거부했다. 이유는 이번 평가가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장관의 정보화 마인드가 어떤지, 국방부 직원들의 컴퓨터나 인터넷 활용도는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는 것이 국가안보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에 대해 해명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국방부의 이런 태도가 정보화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평가팀은 외부 전문가팀에 의뢰해 국방부 인터넷 홈페이지를 다른 부서와 똑같은 잣대로 평가했다. 그 결과 10월말까지 인터넷 홈페이지를 갖추지 못한 법무부를 제외한 16개 중앙부처 중 국방부 홈페이지는 최하위였다. 인터넷이 정부의 대민서비스 정신과 부서 정보화 수준을 한눈에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각 부서의 단골메뉴인 ‘장관과의 대화방’이외에 △국방백서 1998 △국방일보 △간첩신고 및 대공상담 △민원신청 등이 고작이었다.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와 비교할 때 우리 국방부 홈페이지는 억지춘향격으로 만든 ‘부실 사이버빌딩’임을 그대로 드러냈다.

미국 국방부는 “법적으로 기밀사항이 아닌 모든 정보를 완전하고 신속하게 제공한다”는 원칙을 홈페이지에서 천명하고 있다. 미군의 주요 훈련사항이나 국방예산, 군관련 취업정보 등 우리 상식으로 ‘비밀’스러운 정보조차 거리낌없이 인터넷에 싣는다.

우리 국방부는 군예산은 물론 장병들의 월급조차 ‘군사기밀’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국방부는 인터넷을 처음 창안하고 광속 전자상거래(CALS)의 모델을 만드는 등 현재 산업에 널리 쓰이는 정보기술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도 뭔가 새로운 정보기술이 나온다면 미국방부를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

21세기 정보화된 군을 이끌 국방부 수뇌부들이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볼 대목이다.

〈김승환기자>sh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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