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장진교수팀,반도체 제작 새기술 개발…英네이처誌

  • 입력 1998년 10월 20일 06시 55분


기존의 실리콘 반도체와는 전혀 다른 개념의 유리 위에 직접 반도체를 제작하는 새로운 기술이 처음으로 국내에서 개발됐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과학잡지인 ‘네이처’지는 10월1일 경희대 물리학과 장진(張震·45)교수팀의 연구결과를 세 페이지에 걸쳐 소개했다.

장교수팀은 19일 “실리콘 결정체를 얇게 쪼개 반도체로 사용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유리 위에 직접 반도체를 제작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이 실용화될 경우 기존의 실리콘 반도체와 같은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은 절반 가량 싸고 생산공정은 10배 이상 빨라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유리반도체 개발은 점점 심해져가는 국제 특허분쟁에서 미국 및 일본과 차별화된 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장교수팀는 현재 국내는 물론 미국 등에 15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국내 한 대기업과 외국의 유명업체가 함께 실용화를 추진중이어서 2년 내에 상품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번 기술은 기존의 실리콘 반도체가 직경 8인치의 크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에 비해 최소 장방형 1m×1m에서부터 무제한으로 큰 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기술로 컴퓨터에 사용되는 집적회로와 자동차 비디오 등에서 사용되는 센서 등 각종 반도체 장치도 유리실리콘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유리반도체는 실리콘 반도체에 비해 결함이 없다는 장점이 있으며 실리콘 반도체로 태양전지를 만들 경우 가격이 비싸고 크기가 작아 활용도가 낮았으나 유리반도체로 만들 경우 제조공정이 간단하면서도 고효율 저가격의 태양전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장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3년이 걸렸으며 정부지원금도 2억2천여만원이 들어갔다. 장교수는 박막트랜지스터 액정 디스플레이(액정화면·TFT―LCD)분야의 권위자.

이와 관련,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의 한 교수는 “장교수가 개발한 반도체가 단일결정체인 경우 획기적인 연구성과가 될것”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초고속화와 고집적이 불가능한 다중결정체일 경우 기존의 유리반도체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교수는 “기존에 개발된 유리반도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술로 단일결정체의 속성과 성능을 그대로 갖는 다중결정체이기 때문에 단일이냐 다중이냐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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