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위력에 태풍도 『잠잠』…올핸 한반도 오다 수멸

  • 입력 1998년 8월 18일 18시 56분


여름마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불청객 태풍. 올해는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는 극심했지만 태풍 소식은 아직 없다.

기상청은 지난 겨울 극성을 부렸던 엘니뇨가 태풍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태풍발생지역인 서태평양 북위 10도 부근(필리핀 인도네시아 근해)에 오랫동안 강한 고기압대가 발달해 태풍의 전단계인 열대수렴대(ITCZ,InterTropical Convergence Zone)의 형성을 억제해 왔다는 것.

태풍의 정체는 열대성 저기압. 적도 부근의 뜨거운 수증기가 뭉쳐진 저기압 덩어리는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해 몸부림치듯이 요동치며 바나나 모양의 경로로 서서히 북상한다. 강한 바람과 비를 동반한 태풍은 연근해와 해안지방을 덮쳐 많은 피해를 입힌후 내륙으로 상륙하면서 점차 힘을 잃는다.

그러나 올해는 태풍발생지역에 고기압이 머물러 상층 찬바람의 유입을 차단하는 바람에 대기불안정과 상하층간의 강한 바람차이 등 태풍발생에 필요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예년 같으면 8월중순까지 평균 15∼20개의 태풍이 발생하고 적어도 1∼2개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었지만 올해는 니콜 오토 페니 등 3개의 태풍만 발생했고 그나마 우리나라에 도달하기도 전에 소멸했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태풍 발생건수는 연평균 29.5개. 그중 매년 3.2개가 우리나라를 스쳐 지나갔다. 월별로는 6∼10월에 태풍발생이 집중돼 있고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것도 대부분 이 시기에 발생한 태풍들이다. 올해처럼 태풍의 발생건수가 적고 늦게 태풍이 발생한 것은 기상관측 사상 처음이다.

그러면 올해는 더이상 태풍 피해가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말한다.

기상청 장기예보관 박정규박사는 “6월부터 태풍발생지역의 고기압 세력이 현저하게 약화됐다”며 “이달부터 태평양지역의 기상상태가 예년 패턴을 되찾고 있어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9,10월에 1∼2개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태풍발생지역에서 우리나라까지 도달하는데 적어도 열흘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8월중에 태풍이 덮칠 위험은 없지만 9월 이후에는 언제든지 태풍이 찾아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10년간 기상통계를 보더라도 9월에 태풍피해를 입은 사례가 6번이나 있었고 에측을 불허하는 요즘 기상이변을 감안하면 9,10월 늦태풍이 잦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김학진기자〉 j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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