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뿅뿅」…갤러그등 옛게임 인터넷보급 「향수」자극

  • 입력 1998년 2월 15일 21시 01분


‘인베이더’‘갤러그’‘스크램블’‘제비우스’‘동키콩(킹콩)’‘개구리’‘1942’‘보글 보글(바블 바블)’‘방구차’….

개구쟁이 시절. 틈만 나면 동네오락실로 쪼르르 달려갔던 아련한 추억. 서른살 안팎이라면 누구나 가끔 떠올리게 된다.

그 때는 컴퓨터 게임기에 동전만 넣으면 우주의 외계 침략자를 무찌르는 전사가 되기도 하고 동화 속에 나올 법한 근사한 주인공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80년 전후. 암울한 시대였다.그래도 세상은 아름다워 보이고 꿈많던 그 때의 동심(童心)이 문득 그리워진다.

대부분 일본 미국에서 수입해온 ‘오락실 게임’. 이른바 ‘아케이드’로 불리는 수많은 게임들이 지금은 추억의 바랜 사진처럼 가슴 속에 남아 있다.

이제 ‘±30세대’가 왕년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왔다.

니콜라 살모리아라는 이탈리아 프로그래머가 80년대의 옛 게임을 PC에서 그대로 즐길 수 있는 ‘메임(MAME)’을 지난해 개발해냈다. 이를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 옛 게임 붐이 불기 시작해 지금은 3백46종의 게임이 부활해 인터넷으로 퍼지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추억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옛 게임을 다시 즐기고 있다.

주한 외국인에게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을 하는 정용호씨(29). “갤러그 같은 옛 게임을 하면 ‘고향’이 생각난다”고 말한다. 그가 자라난 서울 사당동.

지금은 재개발돼 다시는 그 고향으로 갈 수 없다. 하지만 “뿅뿅, 뿅뿅∼”하는 게임 속에서 아스라한 추억이 하나둘씩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가난한 시골에서 자란 L씨(31·회사원). 읍내 오락실에서 ‘갤러그’를 처음 보고 푼푼이 모아둔 용돈 5백원을 순식간에 다 써버렸다. “당시 어린 마음에 용돈을 잡아먹은 게임기에 큰 충격을 받아 다시는 오락을 못했어요”라는 그는 “갤러그를 다시 하게 되니까 뭉클해진다”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오락실 게임에 온 정신이 팔려 부모에게 꾸지람을 듣던 기억. 뭐가 그리 재미있다고 경찰아저씨와 지도선생의 서슬퍼런 단속까지 피해다니며 오락실에 아슬아슬하게 숨어들었을까. ‘최고기록’을 깨기 위해 수업이 끝나면 종일 오락실에서 살았던 ‘무용담’이 20, 30대의 마음 속에 살아 있다.

오히려 지금 오락실의 현란한 게임이나 PC게임은 보기만 해도 어지럽다. ‘벌써 이만큼이나 나이를 먹었구나’란 생각에 그저 헐헐 멋쩍은 웃음만 나올 뿐.

동심에 가득찬 어린 모습에 오버랩되어 보이는 현재의 내 모습은 어떤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 불안한 미래. 테크닉을 익힌 만큼 점수와 실력이 부쩍 늘던 오락실 게임보다 ‘인생’이란 게임은 모질고 뚜렷하지 않은 그 무엇이다. 그러나 어쩌랴. 옛 게임으로 스트레스나 확 풀고 힘내어 다시 삶을 억척스럽게 살아가야지.

〈김종래기자〉

◇ 추억의 게임 즐기려면

이탈리아의 니콜라 살모리아가 개발해 인터넷에 선보인 ‘메임(MAME·멀티플 아케이드 머신 에뮬레이터)’ 프로그램. 게임기 전자기판에 담긴 데이터를 PC에서 재현해준다.

‘메임’만 설치하면 80년대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오락실 게임을 안방에서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게임은 3백46개로 너무 많아 어느 게임부터 손대야 할지 고민스러울 정도. 그러나 이미 수백만명이 다시 즐기고 있다. 프로그래머들도 다른 게임을 속속 추가하고 있다.

예전에는 동전을 넣어야 했지만 이제는 아무리 많이 해도 공짜다. 옛 게임을 다시하고픈 순수한 동기에서 메임 개발프로젝트가 시작됐기 때문.

인터넷에는 ‘메임’ 홈페이지만 해도 수십여군데를 웃돈다. 이곳에서는 프로그램을 서로 주고 받고 게임에 대한 의견과 채팅(대화)을 나누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는 ‘www.media.dsi.unimi.it/mame’. 최신 메임 프로그램인 0.30판을 비롯해 각종 게임이 올라와 있다. 또 게임소프트웨어와 함께 수십군데의 메임 사이트를 소개한 ‘www.xs4all.nl/∼delite’도 유명하다.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 나우누리 등 국내 PC통신의 게임 자료실에도 메임 프로그램과 게임데이터들이 올라 있다.

▼옛 게임을 즐기려면〓인터넷 ‘메임’ 홈페이지나 PC통신 공개자료실의 게임 코너에서 ‘mame’으로 시작하는 파일을 받아 PC에 설치하면 된다. 인터넷에서 하고 싶은 게임을 골라 파일을 받거나 PC통신 자료실의 인기 게임만 모아놓은 파일을 전송받는다. ‘메임’은 도스 윈도95 매킨토시 유닉스용으로 모두 나와 있어 거의 모든 컴퓨터에서 쓸 수 있다.

PC이용자가 가장 많이 쓰는 윈도95용 메임을 실행하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무료 공개한 게임지원 소프트웨어인 ‘다이렉트 엑스 5.0’(파일명 dx5kor.exe 혹은 dx5eng.exe)을 PC통신 인터넷에서 구해 PC에 설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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