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한통,통신시장 영역확대 놓고 영역다툼

  • 입력 1997년 6월 27일 19시 55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두 공기업인 한국통신과 한국전력이 통신시장의 영역확대를 놓고 으르렁대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케이블TV전송망 사업을 시작한데 이어 올들어 제2시내전화사업자인 하나로통신에 대주주로 참여하는 등 통신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전이 내세우는 사업참여 명분은 「정보통신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다양한 국가통신망 구축」. 한전이 갖고 있는 여유 통신 시설을 활용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이롭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국통신측은 발전소를 짓는데 돈이 모자라 차관을 쓰는 한전이 독점 가격으로 국민으로부터 벌어들인 돈을 엉뚱한 사업에 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 85년부터 광통신망을 중심으로 한 자가 통신망을 갖춰왔고 96년말까지 1만㎞의 광통신망을 확보해 웬만한 도시는 초고속망으로 연결해놨다. 한전이 갖고 있는 광통신망은 한번에 3만2천명이 동시에 통화할 수 있을 정도의 고속 회선. 한전은 「전봇대의 강점」도 내세운다. 전국 구석구석에 송배전시설과 전신주 등 통신망 건설에 필요한 구조물을 갖고 있어 추가 통신 설비 설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전은 앞으로도 통신 서비스를 확대해나갈 심산이다. 케이블TV전송망의 품질을 높여 다양한 주문형 서비스를 개발하고 인터넷망 제공과 회선임대 사업 등을 펼쳐나간다는 복안. 통신망을 이용한 원격검침 원격가정자동화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이에 대해 『전력사업을 위주로 한 독점적 공기업이 비전문인 정보통신 분야에 들어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발한다. 한전이 갖고 있는 통신시설은 전력공급 조절용 등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일반 상업서비스에는 부적합하다는 게 한통측의 주장. 또 한전이 제대로 된 통신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며 「전봇대의 강점」을 내세우는 것은 그만큼 통신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통신서비스는 장비보다 망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노하우가 훨씬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통은 『한전이 다른 분야에 신경쓰기보다 본래의 사업 목적인 전력 공급을 확대하고 전기의 품질을 높이는데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통신과 한국전력의 영역싸움은 정부가 국가 인프라의 효율적 활용차원에서 교통정리를 하지 않는 한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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