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기]박영순/다양한 시력교정 몰라 『생고생』

  • 입력 1997년 6월 24일 08시 10분


한 대학생이 아버지와 함께 병원에 들렀다. 학생은 아주 두꺼운 안경을 끼고 있었으나 눈을 감다시피하고 있고 말이 빨라 성격이 불안정한 듯한 인상을 주었다. 아버지 얘기는 아들이 어려서 유치원에 다닐 적에는 아주 똘똘하고 잘생겨 주위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면서 이상한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길가의 간판을 가리키며 『저게 뭐니, 이게 뭐니』하고 물어보면 딴 곳을 쳐다보며 딴소리하기 일쑤였다. 혹시 시력에 이상이 있지 않나 생각해 안경을 맞춰 끼워주었다. 「안경을 쓰면 괜찮겠지」하고 안심했으나 시력은 계속 나빠졌고 아주 두꺼운 안경을 써도 잘 보이지 않는 시력으로까지 낮아졌다는 것이다. 학교성적은 점점 떨어졌고 다른 아이들과 사귀지도 못하고 친구도 없이 외톨이로 지내게 됐다고 한다. 이제 그나마 지방에 있는 대학에라도 붙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소문을 듣고 정밀검사를 받아서 고칠 수 있는 눈인지를 알아 보기 위해 한가닥 희망을 갖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환자를 정밀 검사한 결과 시력은 마이너스 18디옵터의 고도 근시였다. 이렇게 눈이 나쁜 사람도 안과 병원에서는 적지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시력을 안경만으로 교정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각막(검은자)을 정확히 깎아내거나 이것도 불가능한 경우 인공수정체를 끼워 시력을 교정한지 오래다. 각막을 깎아내는 수술은 대개 마이너스 4디옵터에서 마이너스 15디옵터이하 정도로 눈이 나쁜 사람(군대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정도의 나쁜 눈은 마이너스 8디옵터)에게 적합하다. 그 이상으로 더 나쁜 눈을 가진 사람들은 수정체 적출수술을 하면 아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수정체 적출수술이란 눈속에 있는 수정체를 초음파로 제거하고 대신 그 사람의 눈 도수에 맞는 인공 수정체를 넣어주는 것. 이 학생은 검은자의 두께가 보통 사람보다 얇고 아주 심하게 눈이 나빠서 수정체 적출수술을 권했다. 먼저 왼쪽 눈을 수술한 결과 시력이 0.9까지 나와 환자도 크게 만족했다. 안경을 끼지 않고도 먼곳은 물론 책을 보는데 불편이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 학생은 이런 기술을 몰라서 그동안 고생한 것을 후회하면서 자신이 겪은 일을 책으로 엮고 싶다고 말했다. 02―514―9111 박영순(윤호병원 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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