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씨 인터뷰]『情通派돼야 21세기 주도』

  • 입력 1997년 2월 12일 07시 53분


《「동양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孫正義(손정의·40)씨가 11일 오후 동아일보사를 방문, 吳明(오명)사장과 만났다. 이자리에는 마이다스 동아일보의 金泰文(김태문)사장 그리고 동아일보 李顯樂(이현락)편집국장 李瓏成(이용성)제작국장 金忠植(김충식)정보과학부장 등 간부들도 함께 해 손씨와 한시간여 동안 정보통신 분야에 관한 의견을 나누었다. 다음은 본사 간부들과의 인터뷰 요약.》 그야말로 「리틀 빅맨」이다. 이렇게 단아한 체구의 백면서생(白面書生)이 세계 소프트웨어 유통의 일인자라니. 이제 나이 마흔, 조심스런 몸가짐에도 불구하고 눈빛만은 단호하고 예리한 리더의 모습 바로 그것이다. ―「컴퓨터황제」라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 빌 게이츠회장과 어울려 골프치는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요. 『일년에 두세번 정도 칩니다. 일로 만나는 거야 두달에 한번꼴이지만…』 손씨는 자신의 골프실력이 핸디8이나 9라고 한다. 빌 게이츠의 핸디를 물으니 『내가 좀 나을까요』라며 웃는다. ―빌 게이츠와 알게 된 계기는…. 『일 때문이었지요. 빌 게이츠도 저처럼 디지털외에는 손을 안대고 거기에 모든 것을 걸고 사는 사람 아닙니까. 이젠 일을 떠나 친구로도 사귀게 되었습니다만, 물론 디지털분야에서야 그가 훨씬 앞서있고 나는 배우는 처지라고 해야겠지요』 ▼ 빌 게이츠와 「골프 친구」 ▼ 디지털 얘기를 그는 자못 유장하게 풀어간다. 『디지털의 중요성은 인류의 수만년 역사 가운데 얘기되어야 합니다. 그 기나긴 역사속에 세차례의 혁명이 있었습니다. 즉 농업혁명 산업혁명이 있었고 금세기의 디지털 정보혁명이 있습니다. 그 세번째 혁명의 시기에 빌 게이츠와 나같은 사람은 행운이랄까, 그 크고 중요한 디지털이라는 주제를 놓고 매일 흥미있게 일하고 있는 셈이지요』 디지털 정보혁명이라고 하는 제3의 혁명기에는 국가도 기업도 경영의 목표가 달라 질 수밖에 없다는데까지 화제가 미친다. 21세기 기업과 국가 경영의 목표는 바로 새로운 물결인 정보사회를 빨리 효율적으로 이룩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보사회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정보가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흘러 다니면서 세상은 하나가 됐으며 시장은 보다 넓어졌습니다. 2,3년전부터 지구촌을 하나 둘 감싸고 있는 디지털 위성방송은 이미 세계에 수백개의 방송 채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구나 이제는 지구 저 너머에서 방송되는 뉴스를 안방에서 볼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한 지역이나 국가만을 생각하며 살 수는 없으며 이미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구 소련이나 동독이 세상에 문을 열어제친 것은 정치나 외교보다는 바깥 세상을 낱낱이 알려주는 정보의 힘이었다고 봅니다. 국제적인 감각과 세계적인 사고를 갖는 것이 정보사회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보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대학입시에 컴퓨터과목을 넣자는 주장도 한 적이 있는데요. 『농경사회처럼 정보가 단절된 시대에는 암기력이 좋아야 능력가입니다. 그리고 산업사회에는 논리적이고 기계적인 사고능력을 기르는게 교육의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정보시대에는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방법과 길만 알면 됩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정보를 머리 속에 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교육목표도 바뀌어야 하지요. 정보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수단과 도구의 사용법을 어린 학생에게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지금 어린이들이 평생 컴퓨터 키보드를 한번도 두들기지 않고 일생을 마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학생에게 PC를 쓰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PC를 잘 쓰지 못하고서는 21세기 정보사회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교육에서 컴퓨터의 비중을 높이는 방법은 모든 입학시험 등에 컴퓨터를 필수 시험과목으로 집어넣는 것입니다. 각급 학교나 교사들이 컴퓨터 교육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고 입시과목에 컴퓨터를 집어넣는다면 정보사회를 앞당길 수 있다고 봅니다』 ▼ 입시과목 「컴퓨터」 넣어야 ▼ ―출판사업에도 흥미를 갖고 미국최대의 PC잡지 지프데이비스의 지분을 사기도 했는데요. 『우리가 그걸 산 이후 부수도 이익도 거의 20%정도 늘었습니다. 출판사업의 핵심은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롭고 유익한 정보를 취재하고 편집하고 파는 경쟁이지요. 우리는 종이 잡지만이 아니라 인터넷(지프데이비스넷)에도 그 내용을 올리는데 그 접속건수는 세계 최다입니다. 플레이보이를 능가하지요. 일반 사이트를 모두 누르고 세계 최고가 되었습니다』 이대목에서 그는 지난해 지프데이비스 사장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야후(인터넷 정보검색엔진)에 투자해 1년사이 갑절을 남긴 얘기도 했다. 「스탠퍼드 대학생 두명이 만든 것이지만 장래성이 엿보여」 그 야후사 주식의 35%를 사서 야후가 히트하는 바람에 떼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정보시대의 돈벌이에서 정보와 판단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위성사업에도 관심을 갖고 미디어 재벌인 머독과 손잡고 TV아사히의 주식을 사들였는데요. 『우리는 TV아사히(아날로그 방송)에는 관심이 없어요. 단지 디지털 위성방송인 J스카이B를 겨냥해 산 것입니다. 98년4월이면 그 디지털 방송이 1백50개 채널을 가동해 영화 음악 스포츠를 마음대로 볼 수 있게 할 것입니다. 또 다른 디지털 위성방송 1백개 채널과 호환성을 갖추면 무려 2백50개 채널을 하나의 수상기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한국은 10여개 채널의 디지털위성방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정도로는 임팩트가 너무 작지 않을까요』 디지털에 대한 관심은 그의 표현대로 거의 「종교적」이다. 손씨에게 합병인수를 포함해 새 사업에 손을 뻗치는 기준을 말해보라고 하자 명쾌하게 답한다. 『첫째가 디지털 정보산업이냐를 따집니다』 그리고 둘째가 압도적으로 1등을 할 수 있는 것이냐, 세계1등 아니면 일본에서라도 1등을 할 수 있는 사업이냐를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번째가 정보 인프라에 관한 것, 그중에서도 인텔 MS IBM 등과 마찰하지 않는 중립적인 인프라에 관한 것이면 새 사업으로 삼는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지 않는 것이라는 네가지를 충족하면 손씨는 성공한다고 믿는단다. ▼ 사업은 50년후 내다봐야 ▼ ―창업당시부터 「50년계획」을 강조하며 앞을 보자고 했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환경에 비추어 한달 후 1년후를 예측하기도 어려운데…. 『파도치는 바다를 가는 배를 생각해 보지요. 코앞의 파도만 보면 흔들리고 힘들지만 멀리 10㎞,1백㎞ 떨어진 목적지 섬을 생각하면 눈앞의 파도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사업도 큰 비전, 목표만 바르다면 거기를 향해 가는 겁니다. 나날의 환경변화나 적자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에너지 손실이 아닐까요. 급격한 변화의 시대일수록 비전이 중요합니다』 ―게임산업에 관심을 쏟고 있는데요. 『지금은 게임전용기를 만드는 닌텐도 세가 등이 힘을 쓰지만 앞으로는 달라진다고 봅니다. 게임을 PC로도 할 수 있으므로 그 보급이 늘면 기능이나 성능면에서 월등한 PC 게임이 긴 안목에서 보면 낫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대비하는 것이지요』 한국에 2년만에 들른 그는 소감을 이렇게 말한다. 『지난 9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컴퓨터와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열기에 놀랐습니다. 2년만에 다시 보니 그 분야에서 더욱 눈부시게 성장했음을 확인하고 또 한번 놀랐습니다. 그동안 한국은 세계 최대의 메모리 수출국이 되었으며 정부와 기업이 정보통신 혁명을 이루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민간기업이 중심이 돼 진행하고 있는 미디어밸리 건설에서도 이같은 점을 엿볼 수 있었고요. 이같은 발전은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정보통신 기반에 대한 투자가 바탕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정보통신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말레이시아를 예로 들었다. 『지난달 말레이시아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멀티미디어 단지」 건설계획은 인상적입니다. 말레이시아는 「종이가 없는 투표」 「종합 스마트 카드」 「광통신망을 뼈대로 한 고속 인터넷망」 등을 구호로 내세웠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크기가 아닙니다.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정보사회를 이끌어 갈 것으로 믿습니다. 한국에서도 미디어밸리를 비롯한 국제적인 정보통신 단지를 만들거나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보산업분야 일류기업의 이같은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공장보다 「창의력 공간」을 ▼ 정보시대에는 정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도 한다. 『정보사회에서의 산업 육성은 산업사회와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소프트뱅크는 공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MS도 공장은 없습니다. 산업사회의 기업은 공장을 지을 땅이 필요했지만 소프트웨어업체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들은 PC몇대만 갖고 있으면 사이버 세상에 얼마든지 넓은 터를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건물을 주고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오히려 정부에 의존하는 연약한 기업을 만들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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