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트럼프, 극단 언행 문제… ‘보수’ 크루즈, 해외출생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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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들이 본 美 대선 ‘빅4’ /후보별 강-약점 분석]

《 미국 폭스TV가 발칵 뒤집혔다. 28일 폭스가 생중계하는 공화당 경선 후보 7차 토론회에 도널드 트럼프가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여성 비하 발언 논란으로 악연이 된 여성 앵커 메긴 켈리가 사회를 본다는 게 불참 이유였다. 1위 후보 트럼프가 빠지면서 토론회는 ‘팥소 없는 찐빵’ 신세가 됐다. 오만하게 비칠 수 있는 결정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힘은 압도적인 지지율이다. 트럼프는 21∼24일 CNN 여론조사에서 41%로 2위 테드 크루즈(19%)를 곱절 이상으로 앞섰다. 공화당 경선에는 12명이 뛰고 있지만 구도는 ‘트럼프냐 아니냐’다. 트럼프에 대한 반감 탓에 역전극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과반 득표를 못 하면 당 지도부가 크루즈를 지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
●‘신화와 극단의 두 얼굴’ 도널드 트럼프

1946년생.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졸업. 뉴욕 애틀랜틱시티 등에서 부동산 개발. 트럼프그룹 최고경영자(CEO)
Strength

트럼프는 지상파인 NBC에서 2004년부터 10년간 쇼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 줄 안다. 계속되는 막말과 기행도 카메라를 붙잡아 두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그가 다른 후보와 차별화되는 것은 성공 신화를 가졌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부동산 개발업자인 부친의 회사를 물려받은 ‘금수저’다.

하지만 부친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격적으로 투자해 미국 최고 부동산 재벌이 됐다. 이 성공 신화는 막말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 지지로 연결됐다.

Weakness

트럼프는 8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유세에서 “시리아 난민들이 이슬람국가(IS)와 연계돼 있다.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항의하는 무슬림 여성은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갔다. 이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트럼프의 편협한 세계관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그의 극단주의적 언행은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 대통령직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다. 자신의 성공에 대한 과도한 확신이 ‘다름’을 배격하고 무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 경험이 거의 없고 당내에 정치적 기반이 부족한 것도 약점이다.

Opportunity

민주당 집권 8년에 따른 피로감은 공화당 후보 모두에게 큰 기회다. 특히 흑인 대통령에 대한 백인 중산층의 반감은 공화당 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민주당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모두 계속 약점이 드러나 유리한 환경이다.

기존 정치에 대한 거부감은 상대적으로 참신한 트럼프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방과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보수 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조세를 비롯한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민주당보다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마디로 테러와 이민족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강경 노선을 취하고, 서민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주겠다는 구상으로 중산층 이하까지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Threat

트럼프는 유색인종 지지자가 거의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표의 확장성이 떨어진다. 백인 인구가 63%지만 백인 지식인층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테드 크루즈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다른 공화당 후보와 달리 클린턴과의 가상대결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신문이 그를 향해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줄기차게 비난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정통 보수 히스패닉’ 테드 크루즈

1970년 캐나다 출생. 부친 쿠바 출신.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텍사스 주 최연소 법무차관(2003∼2008년). 텍사스 주 상원의원(2012년∼현재)
Strength

크루즈는 아이오와 주 현장 유세에서 늘 점퍼를 입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장면을 놓고 “트럼프는 말로 선거를 하고 있지만 크루즈는 암살자처럼 조용히 현장을 파고든다”고 평가했다.

크루즈는 ‘보수의 젊은 아이콘’이다. 공화당 내 실력자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경선에서 역전극을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다. 특히 백인 보수층이 주도하는 대표적인 강경 보수단체 티파티로부터 열성적인 지원까지 받고 있다.

그의 부친이 쿠바 출신이라는 점은 17% 히스패닉 표를 얻는 데 결정적인 힘이 된다. 지난 대선에서 ‘백인 엘리트’ 밋 롬니를 내세웠다가 유색인종의 표를 얻지 못했던 공화당이 크루즈를 탐내는 이유다. 크루즈는 6500만 달러(약 786억 원)의 후원금을 걷어 막강한 자금력도 갖고 있다. 후원금만으로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에 이어 당내 2위다.

Weakness

출생 논란이 가장 큰 부담이다. 크루즈는 쿠바인 아버지, 미국인 어머니를 뒀다. 캐나다 캘거리에서 태어나 미국과 캐나다 이중국적자였다. 그러다 2012년 상원의원이 되면서 캐나다 국적을 포기했다.

트럼프는 ‘출생시민권자(natural born citizen)만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헌법 조항을 들어 “크루즈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맹공을 펴고 있다. 크루즈는 ‘미국 시민의 아이는 외국에서 태어나도 출생시민권자로 본다’는 규정을 내세워 반박하고 있지만 이 논란으로 지지율 격차는 벌어졌다. 대통령이 될 만한 성공 신화가 없다는 것도 팬덤(fandom·맹렬 지지자)이 없는 이유다.

Opportunity

크루즈는 2013년 상원에서 건강보험 개혁안인 ‘오바마 케어’에 반대하는 연설을 무려 21시간 동안 해 일약 스타가 됐다. 이란 제재 완화, 적극적인 이민자 수용 등 오바마 정부에서 추진해 온 정책들을 비판하면서 꾸준히 대안을 제시해 ‘미국의 대안’이라는 평도 받는다. 경제 정책도 시장 자율을 중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클린턴과의 가상대결에서 앞선 경우가 많아 본선 경쟁력이 높다. 트럼프를 지지한 당원들이 투표장에서는 크루즈에게 표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Threat

트럼프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관심 탓에 크루즈의 발언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한다. 특히 이슬람국가(IS) 테러처럼 민감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트럼프가 극단 발언으로 언론의 관심을 독차지하면서 크루즈의 언론 노출 빈도는 10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결국 이슈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지 못하면 트럼프에게 대선 후보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트럼프#크루즈#美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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