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전사모의 5·18 왜곡, 억장이 무너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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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단체, 명예훼손 재판정서 분통
“DJ내란-북한군 개입설 터무니없어”

“1980년 5월 21일 고향 집으로 가던 한 가족이 광주 북구 각화동에서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부모가 숨지고 4세짜리 여자 아이는 하반신이 마비됐어요. 바로 이 비극이 당신들이 왜곡한 광주교도소 습격사건입니다.”

3일 오후 3시경 대구지방법원 별관2호 법정 제10형사 단독(판사 윤권원). 신경진 5·18부상자회장은 전사모(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측 서석구 변호사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이 광주교도소를 습격했느냐고 묻자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신 회장은 이날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명예훼손 등)로 기소된 전사모 회원 10명의 재판에 고소인 측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날 서 변호사가 탈북자 증언과 북한의 정기 간행물을 내세우며 북한이 5·18민주화운동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자 일부 방청객들은 “광주시민을 모독하지 마라. 왜 억지 주장을 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한 여성은 “내 아들이 죽었다. 내가 산증인이니 한마디만 하게 해 달라”며 발언 기회를 요청하다 법원 직원들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다.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전사모 회원 10명은 방청석에 있는 5·18 관계자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양측의 공방이 과열되면서 재판은 10여 차례나 중단됐다. 정춘식 5·18유족회장은 “법정에서 나온 질문 대부분이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했다. 너무 분하고 원통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5·18유족회, 5·18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회원 38명은 ‘5·18민주화운동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사건’, ‘5·18민주화운동에 북한의 특수군이 파견돼 조직적 작전지휘를 했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지만원 씨와 전사모 회원 등 36명을 2008년 5월 28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2009년 대구지방검찰청은 전사모 회원 10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약식 기소했고 대구지법은 피고 1인당 벌금 80만 원씩을 선고했다. 이에 전사모 회원 등 10명과 변론을 맡았던 서 변호사가 최근 정식 재판을 신청해 이날 증인이 참석한 공판이 처음 열린 것이다. 신 회장은 재판 직후 “가슴이 답답하다. 전사모 회원들을 법정 밖에서 만나 허심탄회하게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8일 오후 2시 2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대구=장영훈·광주=이형주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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