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레미제라블’ 속에 숨겨진 경제학 이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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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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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학계 주요 화두는 ‘레미제라블’<동아일보 1월 14일자 A21면>

《 영화와 공연, 출판계의 ‘레미제라블’ 열풍이 학계에도 옮겨붙는 것일까. 올해 인문·사회과학계 주요 학술대회의 화두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및 소통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서양사학회는 5월 24, 25일 ‘서양사 속의 빈곤과 빈민’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고대와 중세의 빈곤 인식, 빈민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구제 노력, 그리고 20세기 빈민 문제와 사회복지의 발전사를 살펴본다. 》

:: 이게 궁금해요 ::

최근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뮤지컬 영화로는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관객 550만 명을 넘어섰고, 경영, 정치, 스포츠, 학계 등에서도 ‘레미제라블’이 주요 화두입니다. 경제학으로 접근한 ‘레미제라블’, 과연 그 속에 숨겨진 경제학 이론 또는 현상을 찾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비참한 사람들)


영화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 주인공 장발장(오른쪽)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판틴에게 그녀의 딸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한다. 장발장이 이런 선행을 베푸는 것은, 감옥에서 출소한 뒤 은식기를 훔친 자신을 벌하지 않은 미리엘 주교의 용서 덕분이었다. 장발장을 새 사람으로 태어나게 한 주교의 용서는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너지(nudge)’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UPI코리아 제공
영화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 주인공 장발장(오른쪽)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판틴에게 그녀의 딸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한다. 장발장이 이런 선행을 베푸는 것은, 감옥에서 출소한 뒤 은식기를 훔친 자신을 벌하지 않은 미리엘 주교의 용서 덕분이었다. 장발장을 새 사람으로 태어나게 한 주교의 용서는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너지(nudge)’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UPI코리아 제공
영화의 원작인 장편소설 ‘레미제라블’(1862년)은 ‘노트르담의 꼽추’로 잘 알려진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작품입니다. 국내에선 원제목보다 ‘장발장’이라는 제목으로 더 유명하지요. 빵을 훔쳐 범죄자가 된 주인공이 출소 이후 다시 성당에서 은(銀) 식기를 훔쳤다가 주교의 용서로 감화해 나중에 시장이 됩니다. 장발장의 과거 행적을 알고 뒤를 쫓는 자베르 경감, 고아지만 딸처럼 키우는 코제트가 얽히고설킨 이야기는 위고가 18년이라는 기간 동안 쓰고 총 5부로 구성한 대작입니다.

장발장이 제목처럼 ‘비참한 사람’에서 시장이 될 수 있었던 건 은식기를 훔친 행위를 용서한 미리엘 주교 덕분입니다. 그렇다면 장발장과 주교의 만남, 그리고 장발장을 용서했던 주교의 행동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일까요?

○ 장발장을 변화시킨 힘, ‘너지’

주교는 새 삶을 살아 달라고 말하며 절도죄로 잡혀온 장발장을 용서합니다. 이러한 주교의 행위는 행동경제학에서 보자면 ‘너지’와 같습니다.

너지(Nudge)의 사전적 의미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입니다. 미국 시카고대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이 2008년 펴낸 책 ‘너지’에서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이라는 의미의 경제학 용어로 처음 사용했습니다. 법률, 규정을 통해 금지를 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해 동기부여를 하면 사람이 행동을 한다는 기존 이론과 달리, 너지를 활용하면 상대방이 스스로 선택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사실 너지는 쉬운 개념이 아닙니다. 너지를 이해하려면 행동경제학을 먼저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행동경제학은 기존 경제학과 달리 인간을 이성적이며 합리적이라고 가정하지 않습니다. 실수도 하고 편견도 존재하는 불합리한 인간으로 가정합니다. 그리고 행동을 관찰하며 그 결과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규명하고자 합니다. 행동경제학의 역사는 40년이 채 되지 않는데, 노벨 경제학상(2002년)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논문(아모스 트버스키 공저·1979년)이 게재된 해를 그 시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주교의 행위가 왜 너지일까요. 주교는 장발장의 잘못된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감옥과 용서라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주교가 장발장을 크게 꾸짖고 감옥에 보냈다면 그는 더욱 절망에 빠져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용서라는 너지를 활용해 뉘우침과 새로운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변화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한 것입니다.

○ 공공화장실 소변기에도 너지

우리 주변에서 너지 현상은 다양하게 겪을 수 있습니다.

혹시 공공화장실 소변기에 그려진 그림을 본 적 있나요? 너지의 대표적 사례로 네덜란드에서 처음 적용됐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은 경제학자 아드 키붐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지저분한 남자 소변기 가운데 자그마한 파리를 그려 넣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소변줄기로 파리 그림을 맞히려 했고 자연스레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은 80%나 줄었습니다. 사람들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내 지저분한 화장실을 청소하는 비용까지 줄였습니다.

국내에도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 지역 15곳에 장미꽃 등을 심은 꽃 담장을 설치했더니 쓰레기 투기가 사라졌습니다.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경고 문구 등을 반복해 붙여도 좀처럼 뿌리 뽑히지 않던 쓰레기 무단 투기가 아무런 경고도 없는 꽃 담장으로 인해 사라진 것입니다. 감시카메라와 인력, 무단 투기된 쓰레기 처리에 소요되는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이고 도시 미관 개선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거두게 된 거죠.

이처럼 너지는 개인행동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를 건전하게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너지 마케팅에 휩쓸려 우리도 모르는 사이 기업이 설계해 놓은 소비구조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듯 너지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치, 경제, 금융, 마케팅,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습니다.

○ 누군가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진봉수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진봉수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사실 너지는 반드시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습니다. 가령 인터넷 공간에서 특정 대상에게 영향을 가하려고 너지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정보나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이는 곧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지는 우리 주변을 따뜻하게 변화시키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면 편지를 써보세요. 백번 말하고 잔소리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부하직원에게 일 못한다고 크게 야단치는 것보다 더 열심히 일하라는 칭찬과 격려는 어떨까요. 호통은 장애물이 되어 부하직원의 반발심리를 키울 수 있지만 칭찬과 격려는 상사의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을까요. 물론 상사의 이미지 상승이라는 덤도 받게 될 것입니다.

진봉수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풀어봅시다

◇이번 주 문제

평소 즐겨 쓰는 카드회사로부터 꼭 필요할 때 마침 원했던 할인 쿠폰을 제공받았던 적 있으세요? 이건 단지 우연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카드사는 고객의 광범위한 구매 정보를 분석해 고객이 최근 어떤 아이템을 주로 사는지 확인해서 필요한 쿠폰을 쏘는 마케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케팅 활동을 두고 ‘○○○○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데이터의 양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나오는 ‘빅브러더’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무엇일까요.

① 빅데이터 ② 스몰데이터 ③ 분석하자 ④ 빅이벤트

◇응모 방법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정답 입력 화면으로 이동합니다. 동아닷컴 기존 회원이면 바로 로그인해 입력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면 동아닷컴 홈페이지(www.donga.com)에서 회원 가입을 먼저 해주세요.

◇응모 마감 및 당첨자 발표

▽응모 마감: 6일(수) 오후 5시

▽시상: 추첨을 통해 정답자 한 명을 선발해 ‘갤럭시노트10.1’(와이파이 전용·사진) 한 대를 상품으로 드립니다.

▽당첨자 발표: 2월 11일(월) 동아경제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dongaeconomy)에 게재합니다.

▶ 퀴즈 응모하기

※전화 문의는 받지 않습니다.
#레미제라블#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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