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카페]한국은 외국금융사 무덤?… 오해 살 규제 없나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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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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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영 경제부 기자
황진영 경제부 기자
한국시장 철수 계획을 밝힌 골드만삭스자산운용, ING생명, 우리아비바생명에 이어 홍콩상하이은행(HSBC) 서울지사가 소매금융 부문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금융당국에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권에서 ‘한국이 외국금융회사의 무덤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본보 29일자 A2면 [단독] HSBC “한국서 소매금융 영업 않겠다”
▶본보 29일자 B2면 [오늘의 핫 이슈]세계적 금융회사들 잇따라 한국 철수-사업 축소 왜

금융당국이 걱정하는 점도 이 부분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 금융회사들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는 본사 사정 때문이거나 한국에서의 실적 부진 때문”이라며 “국내 금융시장 환경이 좋지 않아 떠나는 것처럼 비치면 ‘동북아 금융허브’를 만들려는 정부방침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당국자의 설명은 사실이다. ING그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적자금을 수혈 받으면서 ING생명의 해외법인을 매각하기로 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ING생명 아시아태평양 보험사업 부문 매각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한국 외에 일본, 말레이시아, 태국 등 7개국 ING생명 현지법인도 매각 대상이다. HSBC 역시 적자가 나는 해외지점을 없애기로 방침을 정한 뒤 1월 태국, 2월 일본에서 소매금융 서비스를 중단했다. ING생명과 HSBC가 한국에서만 철수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각각 2007, 2008년 한국에 진출한 골드만삭스자산운용과 우리아비바생명은 한국에서 돈을 벌지 못해 짐을 싼다. 이들이 자신들의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한 데에는 현지화 노력이 부족했던 측면이 적지 않다.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 등으로 국내 소비자와 소통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단기성과에 집착했다. 투자도 제대로 하지 않고 4, 5년 해보다가 사업을 접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행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올 수밖에 없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철수한다 해도 외국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한국 금융시장을 떠나는 게 좋을 건 없다. 당장 양질의 일자리가 줄고, 다른 외국 금융회사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들이 철수하면서 ‘한국 정부의 규제 때문에 영업하기 어려웠다’는 식으로 한마디 하면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외국금융사의 탈(脫)한국 행렬을 계기로 국내 금융시장에 불필요한 규제가 없는지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한국 금융시장이 외국자본의 ‘먹튀 놀이터’가 돼서는 안 되겠지만 불필요한 규제로 외국 금융회사의 무덤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건 곤란하다. 떠나면서 던지는 그들의 말이 무서워서가 아니고, 단기수익만 좇는 그들의 행태가 미워서도 아니다. 금융회사들이 영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건 금융당국의 의무다.

황진영 경제부 기자 buddy@donga.com
#외국금융사#골드만삭스#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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