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1층 입점’이 뭐길래…랄프로렌-백화점 신경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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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국내에 직진출한 미국의 디자이너 브랜드 ‘랄프로렌’이 프리미엄 라인인 ‘블랙 라벨’로 구색을 맞춘 신규 매장을 오픈하는 등 빠르게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남방 면바지 등 캐주얼한 아이템이 많은 ‘폴로’로 국내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이후 도입된 고급 라인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가 잘 형성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25일 국내 주요 백화점 관계자들은 “직진출 이후 랄프로렌 측이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루이뷔통 프라다 등 주요 명품 브랜드가 입점한 백화점 1층에 들어가게 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아직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말끝을 흐립니다.

미국 디자이너 랄프 로렌이 1967년 설립한 이 브랜드는 창립 40주년 행사 때 뉴욕 시가 센트럴파크 전체를 대관해줄 정도로 미국 내에서는 큰 영향력을 자랑하는 브랜드입니다. 최고급 라인인 ‘컬렉션 라인’과 ‘블랙 라벨’ 등은 현재 국내 백화점 1층에 입점한 유명 유럽 브랜드에 가격이나 디자인 모두 뒤지지 않습니다.

명품 유치라면 두 팔을 걷어붙이는 백화점들이 유독 이 브랜드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 때문입니다. A백화점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워낙 ‘폴로’ 이미지가 강해 소비자들에게 단기간에 최고급 이미지를 심어주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합니다. 가격대별로 라인이 다양해 고객들이 각 브랜드의 ‘몸값’을 헷갈려 한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힙니다. 랄프로렌은 여성복은 블랙-블루라인 등으로, 남성복은 퍼플-블랙라인과 폴로 등으로 나뉩니다.

브랜드의 노력이 통했는지 일부 백화점에서는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는 합니다. 롯데백화점은 주요 지역 점포의 1, 2층은 내주기 힘들지만 지방 및 외곽지역의 소규모 점포에는 시범적으로 랄프로렌 매장을 유치해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랄프로렌 측의 ‘1층 사수’ 의지는 강경합니다. 랄프로렌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일관된 영업 전략을 펼치는 글로벌 브랜드이다 보니 다른 나라처럼 좋은 위치에 매장을 만들려는 것”이라며 “아시아에 늦게 진출한 만큼 브랜드 가치가 다소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 이를 만회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굳은 각오를 밝혔습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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