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大家 노하우는 참고서… 투자 교과서는 스스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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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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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격언: 자신만의 투자기법을 개발하라

일러스트레이션 김남복 기자 knb@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남복 기자 knb@donga.com
16년 동안 주식투자를 하면서 한 번도 손실을 본 적이 없는 고명한 투자의 달인이 있었다. 그를 따르는 제자들도 많았는데 제자들은 그 달인이 주식시장의 흐름을 완벽하게 꿰뚫는 비결은 달인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주식시세의 모든 것’이라는 책 속에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루는 달인이 제자들을 다 불러 모은 뒤에 투자의 세계에서 은퇴를 하겠다고 전격 발표를 했다. 갑작스러운 은퇴 소식에 제자들은 크게 놀라면서도 모두들 마음속으로는 스승이 소중한 책을 누구에게 물려줄지에 집중했다. 달인은 그가 평소에 가장 아끼던 제자를 불러 그 책을 건네주었다. 그런데 그 제자는 책을 받자마자 옆에 있던 문서분쇄기에 넣어 없애버렸다. 다른 제자들은 모두 경악했지만 달인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대는 이미 알고 있었구먼. 그 책에는 아무것도 없다. 누구의 뒤도 따르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으로 갈 수 있을 때 투자의 세계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지….”

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주식투자다. 많은 투자자가 처음에는 자신감과 기대에 부풀어 주식투자의 세계로 입문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어려움을 깨닫고 좌절하곤 한다. 많은 이가 성공 투자자들의 경험담을 듣기도 하고 책을 사보기도 한다. 때로는 기술적 분석으로 접근해 보려고 관련 공부를 하거나 강연을 들으러 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성공하는 투자기법, 또는 투자자의 자질이 따로 있는 것일까.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은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를 투자 성공의 조건으로 꼽는다. “욕심을 억제하고 투자 과정 자체에 매력을 느껴야 한다. 인내력이 강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좌우되지 말고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충분한 지식을 쌓아 마음의 평안과 자신감을 지녀야 한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함을 지녀야 한다. 업종 선택에 있어서는 유연성을 지녀야 한다.”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였던 피터 린치는 주식투자에서 성공할 수 있는 요소를 다음과 같이 나열하고 있다. “자제하며 견디는 참을성,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 정상적으로 분별할 수 있는 상식, 고통을 감내하는 아량, 편견 없는 마음, 쉽게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 끈기 있게 버티는 지속성, 자신에 대한 겸손, 상황에 따른 유연성, 독자적 조사 분석을 하려는 자발성, 실수를 기꺼이 시인하는 자세, 그리고 일상적인 혼란을 무시할 수 있는 능력 등이다.” 그는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덧붙여 강조하고 있다. “완전하거나 완벽한 정보 없이도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월가에서는 아주 분명한 정보들이란 거의 없으며 설사 그런 것들이 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득을 보기에는 그때는 이미 너무 늦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스로의 인간적 육감 따위를 견제할 수 있는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위의 두 사람이 제시하는 조건을 보면 거의 완벽한 인간성을 갖추어야 투자의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이라도 판단력이 부족하거나 인격적으로 불완전하다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 그러나 워런 버핏은 투자의 대가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과 환경 속에서 그런 투자조건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피터 린치 또한 펀드매니저로 성공해 가는 과정에서 이 같은 조건들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들의 성공기법이나 조건은 그들이 나름대로 깨달은, 그들을 위한 것이지 모든 투자자에게 일률적으로 적합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물론 투자의 대가들이 제시하는 성공 투자의 방법을 잘 익혀 그대로 실천할 수 있다면 결과가 좋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반투자자들의 경험이나 투자 환경 등은 대가들의 상황과는 크게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답습하기도 힘들고 서툴게 흉내를 낸다고 해서 결과가 좋기도 힘들 것 같다.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처럼 기업 탐방을 쉽게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재무제표를 빈틈없이 읽어 그 행간에 숨은 뜻까지 헤아리기도 힘들다.

따라서 투자 대가들의 방법을 참고로 하되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맞춰 현실적으로 적용하거나 실천할 수 있는 투자기법을 개발해서 원칙을 정하고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가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처럼 황새는 황새의 걸음걸이가 있고 뱁새는 뱁새 나름대로의 걸음걸이가 있다. 그래도 굳이 황새걸음을 따라가고 싶으면 랩어카운트나 펀드 투자 등의 간접투자를 통해서 따라가는 것이 낫다.

박용선 SK증권 역삼역지점 영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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