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최연매 김정문알로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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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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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보다 꿈-희망 말하는 ‘메모의 달인’

김정문알로에 최연매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메모의 달인’이자 ‘독서광’이다. 이 같은 장점을 경영에 접목시킨 ‘독서 경영’으로 한때 위기에 몰렸던 김정문알로에를 단기간에 정상화했다. 알로에회사의 대표답게 늘 젊고 활기찬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는 최 대표는 16일 오후 진행된 사진 촬영에서도 젊은 패션감각을 뽐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김정문알로에 최연매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메모의 달인’이자 ‘독서광’이다. 이 같은 장점을 경영에 접목시킨 ‘독서 경영’으로 한때 위기에 몰렸던 김정문알로에를 단기간에 정상화했다. 알로에회사의 대표답게 늘 젊고 활기찬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는 최 대표는 16일 오후 진행된 사진 촬영에서도 젊은 패션감각을 뽐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그녀가 움직이는 곳에는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개인 책상, 회의용 탁자, 그리고 승용차에도, 휴대용 가방에도 늘 메모지와 펜과 책이 한 몸처럼 붙어 다닌다. 어쩌다 실수로 메모지를 놓고 온 곳에서는 양해를 구한 뒤 옆 사람의 수첩을 한 장 찢어 빼곡히 메모할 정도다. 이쯤 되면 ‘메모의 달인’이라 할 만하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알로에를 전파한 ‘김정문알로에’의 최연매 대표 얘기다.

○ 하루라도 메모-정리를 안 하면 안돼

최 대표를 처음 만나면 다른 최고경영자(CEO)와는 사뭇 다른 젊은 감각의 패션 스타일과 대화방식,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윤기 있고 하얀 피부 등에 먼저 시선이 간다. 알로에라는 건강보조식품회사의 대표이기 때문에 스스로 건강하고 활기 있게 보이는 것이 곧 홍보라는 프로정신이 엿보인다.

하지만 그 다음엔 대화 중에도 항상 메모하는 모습에 신경이 쓰인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자신의 말을 적는 최 대표의 습관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런 낌새가 보일라치면 최 대표는 “좋은 말씀 적어뒀다가 나중에 우리 직원들 앞에서 유식한 척하려고요”라며 상대방을 웃게 만든다. 그만큼 ‘메모 연륜’이 쌓였다는 얘기다.

최 대표의 메모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집에 가서는 항상 그날 메모한 것들을 다시 꺼내 커다란 다이어리에 옮겨 적는다. 이때는 메모할 당시의 상황을 천천히 복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기도 한다. 이렇게 지난 6년 동안 작성한 두꺼운 다이어리가 10여 권에 이른다.

“순식간에 빨리 적은 메모를 바로 그날 저녁에 정리하지 않으면 하루만 지나도 잊게 돼요. 어떤 때는 내가 쓴 글씨를 못 알아보는 일도 생기죠. 그렇게 되면 상대방을 만났던 소중한 시간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고 허무해집니다. 그래서 반드시 매일매일 정리를 하고 있어요.”

○ 메모의 달인이자 독서광

‘메모의 달인’인 최 대표는 독서광이기도 하다. 최 대표의 메모 습관도 사실 다독(多讀)에서 나온 결과다. 책에 나온 좋은 글귀를 오래 기억하고 활용하고 싶어 메모를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 달에 두 권씩 직원들에게 책을 숙제로 내준다. 그 책을 자신도 꼬박꼬박 읽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에서 보이는 대로 책을 손에 잡는다. 김정문알로에 임원들이 들고 다니는 책은 다음 날이면 최 대표의 손에 들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최 대표가 2006년 대표직에 오른 뒤 처음 내세운 것이 이른바 ‘독서경영’이다. 전 직원이 독서와, 이어지는 토론을 통해 꿈 희망 비전을 공유하고 가치판단의 기준을 하나로 일치시키려는 노력이다.

사실 김정문알로에는 국내 처음으로 소비자들에게 알로에를 전파한 기업이란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2003년 매출이 그 전해보다 7% 줄었다. 2005년에는 최 대표의 남편이자 창업자인 김정문 회장이 별세한 직후 부도 위기에까지 몰리기도 했다. 고인이 이윤의 90% 정도를 소외받은 이들에게 쓰는 등 사회 환원활동에 앞장서면서 회사에 대한 재투자가 미약했기 때문이었다.

○ 독서경영 통해 부활하는 김정문알로에

1991년 김정문알로에 청주지사장으로 입사한 뒤 이사 부사장 등을 지낸 최 대표는 2006년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경영 일선에 나섰다. 최 대표는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너무 막막했지만 우선 직원들의 마음 비전 꿈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독서였다. 독서를 통해 서로가 가진 비전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전 직원의 ‘한 방향 정렬’이 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몇 년. 하나로 뭉친 직원들의 힘은 실적으로 이어져 2004년 620억 원이던 매출은 2008년 990억 원으로 60% 가까이 늘었다. 2009년에는 1000억 원을 넘어서 1080억 원, 지난해에는 1150억 원을 달성했다.

최 대표는 “전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략을 어떻게 실행에 옮기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 사이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절실했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최 대표의 ‘무기’가 바로 독서와 메모였던 셈이다.

독서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덕분일까. 다른 회사를 다니다 김정문알로에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사원들은 CEO의 말에 ‘실적 이익 분석’이라는 단어보다 ‘진실 꿈 정의 조화’란 말이 더 많이 등장해 처음에는 어색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국어교사가 돼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던 최 대표는 “인문학도이자 한때 문학소녀를 꿈꿨던 사람으로서 감수성을 잃지 않고 경영에 접목시키려 노력하다 보니 다른 CEO들과는 차이가 있는 모양”이라며 수줍어했다.

최 대표가 요즘 자주 들여다보는 책은 작년 말 그가 직접 펴낸 ‘김정문알로에 도감’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50여 종의 알로에를 컬러사진과 함께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최 대표는 “제주 김정문알로에 농장에는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450여 종의 알로에가 있다”며 “앞으로 이 농장에 있는 알로에를 하나하나 연구해 도감에 모두 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의 독서경영은 이렇게 현재진행형이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최연매 대표는

―1960년 출생

―1985년 청주 중앙여중 국어교사

―1991년 김정문알로에 청주지사장

―1996년 김정문알로에 이사

―2003년 김정문알로에 부회장

―2006년 김정문알로에 대표이사

―2006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2008년 서울대 바이오CEO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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