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지식재산정책도 스피드가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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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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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대변되는 모바일 혁명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기업 최고경영자(CEO), 직장인, 학생 할 것 없이 열광적이다. 모바일 혁명 이면에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둘러싼 치열한 특허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기업 간에 물고 물리는 특허소송이 계속된다. 후발주자는 선행주자를 상대로 무효소송을 하고 선행주자는 떠오르는 신예를 견제하기 위해 침해소송을 제기한다. 최근 일부 기업의 재무제표에 특허분쟁 관련 비용이 기재된 데서 보듯이 특허소송은 기업경영에서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여겨진다.

우리나라 기업을 상대로 가장 많은 특허소송을 제기하는 미국은 특허침해 제품의 수입 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는 미국 무역위원회(ITC)를 운영한다. 1990년대 말 이후 신속한 판결과 더불어 특허소송에 대한 판사의 전문성 때문에 특허분쟁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일찍부터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을 설치하여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의 전문화를 꾀했다는 점도 익히 아는 사실이다.

미국이 최근 버락 오바마 정부의 특허개혁백서를 발표했다. 미국 상무부와 특허상표청(USPTO)의 경제학자들이 집필해 3월 13일자로 보고한 자료는 혁신 촉진 및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특허를 지목하고 특허개선을 위해 심사기간 단축, 특허 품질 제고, 특허 분쟁제도 개혁을 제시했다. 1980년대 초반부터 지재권을 국가차원의 전략적 과제로 추진한 미국은 여전히 지재권을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전략으로 여긴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작년 11월에 의원 발의된 지식재산기본법안이 아직도 해당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는 지재권을 둘러싼 생태계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지금같이 지식재산의 창출, 보호, 활용 등의 담당 부처가 서로 다르고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미흡하다면 지식재산 전쟁의 승리자가 되는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현실은 어떠한가? 일부 대기업은 일찍이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기업 차원의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인재를 확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 필자도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특허 없이 미래 없다’는 기치를 내걸고 특허 중시 경영을 추진한 바 있다. 외국 기업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특허 전담인력을 250여 명에서 540여 명으로 확대했으며 2006년에는 특허전담 최고책임자(CPO·Chief Patent Officer)를 임명해 조직을 확충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에 연간 수십억 달러의 특허료를 지불한다. 해외 시장에 진출한 많은 중소 또는 중견기업은 지식재산 전략의 부재, 인력·조직 등 인프라의 미비로 경쟁기업은 물론이고 특허괴물(Patent Troll)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불과 60년 사이에 세계 최빈국에서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발전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투자와 이에 기반을 둔 기술혁신은 중요한 성공 요인 중 하나였다. 지금까지 우리가 거둔 성공은 분명히 많은 후발 개도국에 모범사례로 비칠 수 있고 충분히 자랑할 만하다. 진정한 지식기반사회로 전환하고 기술혁신과 기업가 정신이 존중받는 선진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친(親)지식재산사회로의 국면전환이 시급하다. 그리고 빠를수록 좋다.

윤종용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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