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섹션 피플]‘독일파견 광부 아들’ 배진영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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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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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獨기업 가교역할… ‘묻지마 세계화’ 위험”

배진영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대표는 “올해는 지난 3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배진영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대표는 “올해는 지난 3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토종 동양엘리베이터 인수
부임 3년만에 흑자반전 기대
모회사는 글로벌매출 66조

“처음 한국에서 일할 땐 상대방 직책은 뭐고 나이는 몇 살인지 등을 따지는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기업문화는 형식을 따지지 않는 유럽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팀을 위해서 개인 시간을 양보하고 야근도 마다하지 않는 직원들의 근무 자세는 한국이 훨씬 뛰어납니다.”

배진영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대표(43)는 23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 본사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한국 기업과 유럽 기업의 장단점을 이렇게 말했다. 파독(派獨) 광부의 아들인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1976년 9세 때 아버지를 따라 독일로 갔다. 2000년 다시 한국에 돌아온 그는 2007년 글로벌기업의 한국 현지법인인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 양국 잘 아는 한국인 CEO

한국과 독일, 두 나라를 모두 잘 아는 배 대표는 세계 80여 개국에서 직원 18만여 명이 연간 400억 유로(약 66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인 티센크루프그룹과 한국 현지법인을 잇는 튼튼한 ‘가교’다.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는 1966년에 설립된 동양엘리베이터를 2003년 인수해 세운 한국 현지법인. 외국 기업에 인수된 후 몇 년 동안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는 점유율과 이익이 뒷걸음질치는 후유증을 앓았지만, 첫 번째 한국인 CEO인 배 대표가 부임한 후 재기에 성공해 알짜기업으로 거듭났다. 2009 회계연도(2009년 10월∼2010년 9월)에는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배 대표는 회사의 주인이 바뀐 뒤 몇 년간을 “100% 한국 기업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며 진통을 겪었던 시기”라고 표현했다. 체질 개선에는 진통도 따랐으나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일을 추진한 것이 직원들의 신뢰를 얻었다. 성과급제를 도입하면서 시스템 개발 과정에 직원들을 참여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는 모기업의 기술과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하나의 승강로에 두 대의 엘리베이터를 운행하는 ‘트윈 엘리베이터’ 등을 보유한 기술 선도기업이면서 수출 기업으로 변모했다.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에 인수되기 전인 2002년 57억 원에 그쳤던 수출규모가 지난해 880억 원으로 급증했다. 현재 직원 수는 850여 명, 2008년 회계연도 매출은 3403억 원이다.

○ “회사 글로벌화 70∼80% 수준”


배 대표는 취임 당시 회사의 글로벌 수준이 30% 정도라고 하면 이제는 70∼80%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100% 글로벌화한 기업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어떤 회사건 현지화를 해야 하며, ‘붕 뜬 조직’으로 지역 시장이나 고객에 맞지 않는 기업이 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계했다.

배 대표는 “견실한 기업으로서 지속적인 발전을 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올해 경기는 좋지 않지만 독보적인 기술력과 세계 영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 수주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에 대해서는 “확고한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어도 유창하다. 독일에서 대학원까지 마치면서도 한국 국적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독일 국적이었더라면 더 편하긴 했겠지만 그것 때문에 한국 국적을 버린다는 것은 좀…”이라고 했다. 한국에는 2000년 독일 회사인 듀어사(社)에 근무할 당시 4주짜리 출장을 왔다가 눌러앉았다. 이후 HP 펠저그룹 한국지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뒤 2007년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로 자리를 옮겼고, 그 사이 한국 여성과 결혼도 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독일팀과 한국팀이 맞붙었을 때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 한국팀을 응원했다고 한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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