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 와인 지표로 요즘 景氣 읽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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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8일 21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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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민감한 품목들 회복세 반영 소비 늘어

최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경기지표 가운데는 ‘마트 표 와인’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평범한 서민들에게 있어 와인은 살림살이가 궁핍할 때 소비를 줄이는 ‘0순위’ 품목이니까요. 그런데 이 와인 소비가 요즘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이마트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도 줄곧 고전하던 와인 매출이 올해 1, 2월 전년 같은 달 대비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후 매출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3월 이마트 와인 매출은 작년 3월보다 6.3% 늘었습니다. 이마트의 신근중 와인 담당 바이어는 “설 대목이 있는 1, 2월에 이어 3월에도 와인이 잘 팔린 건 향후 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고 말했습니다.

와인 매출이 일종의 일상생활 경기지표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미국에는 정형화된 지표보다 경기나 특정 산업의 상황을 더 잘 드러내는 기발한 지표가 많이 있습니다. 손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음주커플 헤아리기(Drinking Couple Count)’란 일상생활 지표가 있습니다. 불황이면 칵테일 바에 홀로 오는 고객이 많아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성과 술을 마시며 ‘작업’을 하려면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도 잡지 표지에 어떤 인물과 기업이 등장하면 약 한 달 후 해당 산업에 기회 내지 고비가 온다는 ‘잡지 표지 지표’, 불황이면 레스토랑 웨이터들이 팁을 많이 받기 위해 친절해진다는 ‘웨이터 지표’도 있습니다.

요즘 국내 호텔들에서는 한동안 끊겼던 각 회사의 비즈니스 미팅과 파티가 부쩍 많아졌다고 합니다. 지난해엔 거의 볼 수 없었던 와인 메이커스 디너(유명 양조가를 초청해 와인과 음식을 선보이는 행사)도 요즘 다시 생겨나고 있습니다. 서울의 클럽과 라운지 바들에선 칵테일을 찾는 20, 30대가 크게 늘면서 칵테일 제조용 테킬라와 보드카 판매도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와인 파티 지표’와 ‘테킬라 지표’ 등이 일상생활 경기지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문제는 일자리입니다. 뜬금없는 봄추위가 가시면 이런 일상생활 지표들이 주는 기대감이 우리 고용 환경에도 반영됐으면 합니다. ‘행복한 일자리’가 늘어나니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커지더라는 유쾌한 일상생활 지표도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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