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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2010 G20서 2020 G10으로]<2>‘수출 외끌이’ 벗어나 경제모델로

입력 2010-01-04 03:00업데이트 2010-01-0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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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로 컸지만 미래는 문화산업” 새 동력 찾는 아부다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는 야스 섬(왼쪽)을 초대형 테마파크와 포뮬러1(F1) 자동차경기장 등을 갖춘 문화산업 단지로 개발하고 있다. 야스 섬에 들어설 세계 최대 실내 테마파크인 ‘페라리 월드’(오른쪽)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롤러코스터가 설치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알다르
아부다비… 640억달러 들여 2개 섬 휴양-예술 중심지로 개발
싱가포르… 국제전시회 유치 전폭 지원… 관광업 업그레이드
영국… 금융-서비스 ‘舊동력’ 외에 디자인산업 집중 육성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가 문화산업단지로 개발하는 야스 섬은 아부다비 시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아부다비 시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막 색깔의 오래된 건물들과 초승달이 달린 첨탑을 지닌 모스크가 야스 섬에는 없다.

그 대신 페라리 스포츠카를 형상화한 세계 최대 실내 테마파크인 ‘페라리 월드’, 포뮬러1(F1) 자동차 경주를 관람할 수 있으며 공중에서 보면 거대한 유리 면도기를 연상시키는 ‘야스 호텔’, 고급 요트들이 정박한 요트 클럽 등이 이곳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특히 페라리 월드는 바티칸시티를 덮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빨간색 지붕이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루에 다섯 번씩 코란을 낭독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중동의 도시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믿어지세요?”

야스 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정부 산하 부동산개발업체인 알다르의 마케팅 담당자 타랄 하르바 씨는 “야스 섬은 사막 위에서 다양한 색깔을 뿜어내는 보석”이라며 “야스 섬 개발이 끝나면 아부다비의 얼굴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 수출을 빼고는 별다른 성장 모델을 찾지 못했던 아부다비가 세계적인 문화산업의 메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아부다비 경제를 지탱하는 유일한 자원인 원유가 고갈된 뒤를 대비하고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려는 시도다. 최근 한국이 수주한 400억 달러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도 원유 고갈 이후에 대한 아부다비 정부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세계 주요국들은 현재의 강점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고 보고 경제체질과 산업구조를 바꿔 성장동력을 새롭게 찾는 실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출 외끌이’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서비스산업과 녹색산업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키우려는 한국도 이런 메가트렌드에 동승하지 못한다면 치열한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글로벌 문화도시로 승부 거는 아부다비

야스 섬과 인근에 있는 사디야트 섬 개발은 아부다비가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해 야심차게 벌이는 종합개발 프로젝트 ‘아부다비 2030’의 핵심 사업이다. 아부다비 정부는 2030년까지 두 섬 개발에 각각 390억 달러와 250억 달러를 투입한다.

아부다비의 문화산업 개발은 유동성 문제로 파산 위기에 빠진 두바이와는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오일 달러’를 바탕으로 7000억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운영할 만큼 자금력이 탄탄하다. 현대건설 아부다비지사의 이천 부장은 “두바이의 문화산업 키우기가 화려하고 스케일이 컸다면, 아부다비의 문화산업 육성은 계획적이고 고급스럽다”고 말했다.

아부다비는 야스 섬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사디야트 섬은 진지한 분위기에서 고급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곳으로 특성화해 개발하고 있다.

실제 야스 섬에는 F1 경기장인 야스 마리나 서킷, 테마파크 페라리 월드, 7개의 5성급 호텔, 워너브러더스 테마파크, 대형 쇼핑몰인 야스몰 등이 조성된다. 반면 사디야트 섬에는 2014년까지 총 4개의 대형 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과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분관이 각각 2013년에 문을 연다. 또 국립중앙박물관 격인 셰이크자이드국립박물관과 해양박물관, 종합공연장 등도 들어선다.

야사르 잠잠 알다르 마케팅 매니저는 “두 섬의 개발로 아부다비가 ‘다양한 산업구조를 갖춘 나라’이자 ‘세계적인 문화산업 중심지’라는 국가 브랜드를 갖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관광객들이 크게 늘고 국부 창출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싱가포르의 관광산업 근육 키우기

UAE 아부다비가 그동안 없었던 근육(산업)을 키우고 있다면 싱가포르는 이미 길러 놓은 근육 부위(관광)를 더욱 특성화하는 경제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 교육 관광 등 서비스산업이 다른 국가보다 앞서 있는 싱가포르는 최근 관광산업 중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마이스(MICE·Meeting Incentive Convention Exhibition·기업회의, 보상관광, 컨벤션, 전시회의 약칭)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싱가포르 선텍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초고주파 학회’에서 비수기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중적이지 않은 행사임에도 공식 참가자만 800명 이상 됐고,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와 IMST 같은 글로벌 기업도 홍보부스를 설치하는 등 적극 참여했다. 싱가포르 마이스 산업의 호황 뒤에는 싱가포르 정부의 특별한 지원이 있다. 현지 전시 주관업체인 SES의 스티븐 탄 사장은 “대규모 전시회 유치를 위해 관광청 관계자가 해외방문까지 동행하고 전시참여업체의 행사 비용을 일부 지원할 정도로 정부의 도움이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대니얼 탄 싱가포르 관광청 홍보담당관은 “마이스 관련 관광객들이 일반 관광객들보다 더 많이 소비해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싱가포르의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디자인 강국’으로 거듭나는 영국

금융과 서비스의 나라였던 영국은 최근 디자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가의 얼굴을 그려나가고 있다. 1997년 토니 블레어 당시 총리가 ‘멋진 영국(Cool Britain)’을 외치며 디자인 산업 육성에 나섰고, 고든 브라운 현 총리가 ‘창조 허브(Creative Hub)’를 주장하며 바통을 이어받은 것.

디자인 부문 투자를 늘리고 있는 LG전자가 이탈리아 밀라노에 뒀던 유럽 디자인센터를 지난해 6월 런던으로 옮긴 것도 영국 정부의 창조 산업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루크 마일즈 LG전자 유럽 디자인센터의 디자이너 대표는 “디자인 산업에 대한 영국 정부의 관심은 엄청나다”며 “런던은 역사 깊은 디자인 교육기관과 전문회사가 있어 디자인 잠재력이 넘치는 도시”라고 말했다.

영국의 디자인 인프라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영국왕립예술대(RCA), 센트럴세인트마틴 같은 유명 디자인 교육기관과 시모어 파월, 팬타그램, 탠저린 등 세계적인 디자인 전문회사가 있다. 정광영 KOTRA 런던KBC 센터장은 “영국 정부의 디자인산업 지원활동은 전방위적”이라며 “2008년 11월 런던에서 열린 ‘100% 디자인전’에선 신인 디자이너의 작품전시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까지 정부가 부담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자본집약적 수출경제는 일자리 창출 한계”

■ 한국경제 체질 괜찮나

서비스업 비중 OECD 하위권… 지식집약 산업 육성 시급

‘한국은 수출 일변도의 경제체질을 개선해야 하지만 이를 위한 노력이 아직 미흡하다.’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50명의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국이 주요 20개국(G20)을 넘어 2020년 G10으로 도약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를 물었을 때 나온 평가다. 설문조사에서 ‘수출 한국을 뛰어넘는 경제체질 개선’(14.0%)은 전문가들이 꼽은 8개의 화두 중 ‘녹색성장 동력 육성’(14.7%)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표를 받았다.

최준 부즈앤컴퍼니 부사장은 “‘원료 수입→자본 집약적 투자기반의 생산시설 활용한 부가가치 창출→수출’ 식의 전통 모델로는 실질적인 임금 상승이나 일자리 창출을 더는 기대히기 힘들다”며 “디자인, 콘텐츠 등 실질적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기여할 지식 집약 산업구조로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령 에이온컨설팅 한국지사 대표도 “몇몇 국가에 집중돼 있는 수출형 경제 모델을 다양화해야 하고 인력구조 역시 제조업 중심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 제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 1위지만 서비스산업의 비중은 꼴찌에서 두 번째다. 일부 해외 전문가들은 한국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감안할 때 서비스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SES의 스티븐 탄 사장은 “서비스산업은 인프라 투자를 많이 하고, 세계적인 기업과 기술이 있다는 것만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한국이 ‘서비스업 강국’이란 국가 이미지를 갖추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박현진 경제부 차장
▽미국 영국=박형준 기자
▽핀란드 프랑스 스위스=정재윤 기자
▽싱가포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이세형 기자 (이상 경제부)
▽독일 오스트리아=강혜승 기자
▽스페인 중국=한상준 기자
(이상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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