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리포트]우리투자증권 ‘옥토’브랜드 성공 스토리

  • 입력 2009년 9월 2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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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왜 파란 문어?
‘옥토’ 단번에 기억하라고!

어떤 기업 이름을 듣자마자 사람들이 ‘문어’를 떠올리게 된다면…. 한국적인 정서에선 그리 좋은 일이 아니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라는 용어가 주는 거부감이 너무나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투자증권은 이 문어 캐릭터를 이용해 지난 2년 반 동안 회사와 상품에 대한 인지도를 기록적으로 높여 왔다. 이제 이 회사 직원들이 “우리투자증권에 다닙니다”라며 명함을 건네면, “아∼ 그 파란 문어요?”라는 반응이 돌아온다고 한다. 이 증권사의 대표 브랜드인 ‘옥토’는 ‘문어’란 뜻을 가진 옥토퍼스(Octopus)의 약자이자 ‘기름진 땅에서 큰 수확을 거둔다’는 의미의 한자어 ‘沃土’로도 통한다. 지금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랩어카운트, 신용카드, 자산관리서비스 등 거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붙는 회사의 마스코트가 됐다.

○ 회사 인지도 높인 촉매제

2005년 우리증권과 LG투자증권이 합병해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은 새로운 회사 이름부터 널리 알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합병 후 몇 개월이 흐른 뒤에도 사람들은 LG투자증권은 기억했지만 우리투자증권은 낯설어 했다.

‘옥토’ 브랜드의 개발은 이 같은 고민을 안고 출발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금융회사들은 새로운 슬로건이나 브랜드를 만드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CMA라면 으레 ‘종합자산관리솔루션’이나 ‘종합매매계좌’, 주가연계증권(ELS)이라면 ‘ELS XXX호’라는 식의 매우 기능적이고 딱딱한 이름들뿐이었다.

우리투자증권은 2007년 초 새로운 자산관리상품을 개발하면서 기억하기 쉽고 친숙한 이름을 지어달라고 전문 업체에 의뢰했다. 또 영업기획, 전산개발 등 4개 부서의 팀장과 실무진이 서너 달 동안 거의 매일 같이 회의를 하면서 새 상품 개발에 몰두했다.

사장 및 임원진 간에 몇 차례의 회의를 거친 뒤 최종 결정된 이름이 ‘옥토’였다. 주식거래와 금융상품 투자, 체크카드, 이체·결제·납부 등 금융거래의 핵심 기능 8가지를 한 상품에서 거래할 수 있다는 신상품의 기본 취지를 8개의 문어 다리와 결합한 것이다. 또 다른 유력한 후보로 주식과 펀드 거래 등을 모두 묶어서 한다는 의미의 ‘머니벨트’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문어’ 캐릭터의 친숙함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회사가 작성한 ‘옥토’ 마케팅 보고서는 “사람들이 어렵고 전문적인 것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증권사 거래도 우리투자증권과 하면 쉽게 할 수 있다는 친근감을 부각하는 데 옥토가 효과적이었다”고 자체 평가했다.

○ 브랜드 효과 ‘대박’

산고(産苦) 끝에 나온 옥토 브랜드의 성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옥토는 2007년 3월 출시 이후 4개월 만에 신규 유입금액이 4조 원을 돌파했다. 회사 자체 조사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생각나는 증권사가 어디냐’고 묻는 ‘최초 상기도’ 부문에서, 우리투자증권은 2006년 5월 6위에 처져 있다가 이듬해인 2007년 4월 3위로 성큼 올라섰다. 옥토 브랜드 출시 이후 인지도가 급상승한 것이다.

회사 측도 인기에 발맞춰 TV 신문 광고는 물론이고 여러 가지 이벤트를 벌이며 브랜드 홍보에 매진했다. 우선 옥토 캐릭터는 친근감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3차원(3D)으로 제작됐다. 또 기존 브랜드의 디자인과 동작을 바꿔 ‘아기 옥토’ ‘스티커형 옥토’ ‘다리가 긴 옥토’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했다. 이 밖에도 옥토 캐릭터를 고객 자녀들을 위한 스티커, 인형, 저금통 등 사은품으로 활용했는데 인기가 높아서 조기에 품절되는 일까지 생겼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문어가 원래 파란색이었냐”고 묻는 일도 다반사였다. 우리투자증권은 자체적으로 ‘옥토데이’를 지정해 이날 하루만큼은 전 임직원이 옥토 넥타이와 스카프를 매고 근무하기도 했다.

우리투자증권은 CMA에 그쳤던 옥토 브랜드를 2007년 8월 ‘옥토랩(랩어카운트)’, 지난해 2월 ‘옥토폴리오(투자상담서비스)’, 올해 8월 ‘옥토신용카드’ 등으로 이어갔다. 말 그대로 브랜드의 확장이었다. 문어 다리 수를 의미하는 숫자 8의 이미지도 이후 상품들에 그대로 활용했다. 한 예로 이 회사의 ‘옥토랩’은 국내주식 해외주식 원자재 부동산 등 8가지 영역에 분산투자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 계속 이어지는 파워

8가지의 금융거래 기능을 한곳에 담은 ‘옥토’는 2007년 당시만 해도 꽤 획기적인 금융상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증권사 대부분이 비슷한 유형의 상품을 갖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고 증권사에 지급결제 기능이 부여된 이후 증권사들이 너무나도 많고 서로 엇비슷한 자산관리상품을 내놓아 오히려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투자증권은 이런 레드 오션 시장에서도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 옥토 CMA 계좌 수는 8월 초만 해도 하루 평균 500여 개가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지금은 증가량이 하루 3000개가 넘는다. 요즘 전체 증권사의 CMA 계좌 하루 증가량의 25%가량 되는 수치다. 옥토 CMA 신용카드 신청 건수도 올 6월 이후 3만7000건에 이른다. 회사 측은 “초창기 ‘옥토’로 얻은 브랜드 인지도 덕택에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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