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팬텀씨]Q:배우-무용수 직업 때문에 갖는 별난 버릇은?

  • 입력 2009년 8월 27일 02시 54분


Q:배우-무용수 직업 때문에 갖는 별난 버릇은?

―배우나 무용수들이 직업 때문에 갖는 특별한 습관이나 버릇이 있나요. (이윤정·35·서울 동작구 대방동)

A:식당서 ‘목욕탕 발성’… 말할 때도 스트레칭

뮤지컬 및 연극배우들의 별난 버릇 중 하나는 ‘목욕탕 발성’입니다. 뮤지컬 배우 김우형 씨가 깊은 울림의 저음으로 “여기요”라고 하면 식당이 일순간 조용해진답니다. CJ엔터테인먼트 양혜영 대리는 “불러도 종업원이 오지 않는 시끄러운 식당에 배우들과 함께 갔을 때 효과만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뮤지컬 배우 이승현 씨는 여러 가지 창법으로 장르를 가리지 않고 노래를 불러댑니다. 대화 도중에 불쑥 노래하는 건 예사라네요.

배우들은 시원하고 또렷한 발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발성연습을 하고 목을 풉니다. 준비 없이 목을 무리하게 쓰면 성대결절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네요. 어쨌거나 이 같은 별난 습관들을 공연계에서는 흔히 ‘직업병’으로 부릅니다. 진짜 ‘병’은 아니죠.

뮤지컬 배우 윤공주 씨는 관객석에 앉아 있어도 마냥 관객일 수만은 없습니다. 얼마 전 뮤지컬 ‘드림걸즈’를 볼 때도 마치 자기가 출연 배우인 듯 몸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배우들은 공연을 보러 가도 특정 역할에 몰입할 때가 많아 극의 전체를 못 보는 경우가 많다네요.

발레의 경우 자세와 관련된 습관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고개를 살짝 든 채 눈을 내리깔고 얘기하는 버릇인데요. 시선을 항상 코끝에 두고 사물을 바라봐야 우아한 자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시도 때도 없이 우아해지다 보니 가끔씩은 거만하게 보이기도 하죠. 이러한 우아함은 심지어 자판기 앞에서도 발휘됩니다. 척추를 꼿꼿이 세우는 게 버릇이 된 탓에 커피를 뽑을 때 고개를 숙이는 대신 무릎을 굽혀 자세를 유지합니다.

특유의 팔자걸음도 발레리나들의 ‘불치병’이죠. 발레를 시작하면 다리를 더 길어 보이게 하려고 골반을 트는 훈련을 하게 되는데요, 이 때문에 발레리나들은 팔자걸음을 걷게 됩니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자리에 앉을 때 무의식적으로 다리가 벌어지는 건 골반이 틀어져 있기 때문이라는군요. 스트레칭에 대한 스트레스도 무용수들이 달고 다니는 직업병입니다. 얼마 전 발레리노 김용걸 씨와 발레리나 김지영 씨를 인터뷰하다 놀란 적이 있는데요. 말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바닥에 눕거나 봉을 잡고 몸을 늘어뜨렸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칭한 상태로 잠이 드는 일까지도 종종 있답니다. 길을 가다가 바(Bar)처럼 생긴 긴 봉을 보면 왠지 스트레칭을 해야겠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한답니다. ‘가로본능’은 아니라도 뭔가 본능이랄까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e메일을 보내주세요(phantom@donga.com). 친절한 팬텀 씨가 대답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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