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이언 브레머]부시-아마디네자드의‘겁쟁이 게임’

  • 입력 2007년 3월 2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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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봤을 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서로 매우 다른 사람이다.

부시 대통령은 명문대 출신으로 전직 대통령의 아들인 반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대장장이의 아들로 테헤란 시장을 거친 것 말고는 내놓을 만한 정치 경력이 거의 없다. 국제무대에서 부시 대통령은 막강한 미국 군사력을 상징하는 반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언더독(약자) 국가의 언더독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성격과 정치적 입지는 매우 비슷하다. 이란 핵 개발 문제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군사행동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들이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두 대통령 모두 국내적으로 여론이 좋지 못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쟁 철군 및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미숙하게 대처했고 재정적자 심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행정부 전반에 대한 신뢰도도 바닥권이다. 곤경에 빠진 부시 대통령이 과연 이란의 핵 개발을 묵과할 것인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란 경제를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받는다. 그는 2005년 빈곤 퇴치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1년 반이 흐른 지금 빈부격차와 실업률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실용주의자들은 그의 선동적인 화법 때문에 외국인이 이란에 대해 비이성적이고 위험한 국가라는 인상을 가지게 됐다고 본다. 핵 개발에 대한 강경 태도가 아마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대중적 지지를 지탱하는 유일한 버팀목일 것이다.

이들은 최근 국내 선거에서 나란히 패배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상하원에서 주도권을 상실했다. 한 달 후 치러진 이란 국가지도자운영회의 및 지방의회 선거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이끄는 개혁파도 고배를 마셨다.

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선거 패배 후 공격적 기질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은 선거 패배와 이라크전 철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란에 대해 강경 방침을 고수해 왔다.

또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성향을 아는 사람이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추가 제재를 결의했다고 해서 그가 타협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협상 대신 도전을 택했다. 그는 “이란 핵 개발에는 브레이크가 없다”고 공언했다.

양보할 경우 이들이 치러야 하는 비용은 점점 많아진다. 이란을 주요 테러 지원 국가라고 언급한 부시 대통령이 이란의 핵 개발을 그냥 놔둘 수 있겠는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억압자들에게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협상안을 수용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완고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해도 정치인이라면 때때로 방침을 선회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핵 문제에 너무나 많은 것을 걸었기 때문에 먼저 물러서는 사람은 상당한 정치적 자산을 잃을 수밖에 없다.

핵 개발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대치는 마치 ‘겁쟁이 게임(Game of Chicken)’을 보는 듯하다. 부시 대통령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탄 차는 서로 마주 보고 달린다. 계속 돌진하면 충돌할 수밖에 없지만 그들은 겁쟁이가 되기 싫기 때문에 먼저 피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공격밖에는 택할 전략이 없을 때 하는 말이다.

이란 핵 문제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 요인이다. 미국과 이란은 협상 테이블에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단지 상대방을 밀어내기 위해 나올 뿐이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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