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때론 소스가 요리판을 뒤집기도 한다

  • 입력 2006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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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초, 굴, 산딸기, 고추, 콩, 거위간, 새우…. 소스에 사용되는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서울프라자호텔 조리연구개발팀 정기일 팀장이 만든 다양한 소스. 소스에는 맛술(미림), 청주, 설탕, 간장 등이 기본 재료로 쓰인다.
해초, 굴, 산딸기, 고추, 콩, 거위간, 새우…. 소스에 사용되는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서울프라자호텔 조리연구개발팀 정기일 팀장이 만든 다양한 소스. 소스에는 맛술(미림), 청주, 설탕, 간장 등이 기본 재료로 쓰인다.
《영화나 드라마에는 주연은 아니지만 주연 못지않은 역할을 하는 조연이 있다.

아니 때로는 주연보다 빛난다.

요리의 세계에서도 메인음식을 보조하지만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소스(Sauce)’다. 데리야키 소스, 칠리 소스, 레몬 소스, 바비큐 소스, 레드와인 소스, 아메리칸 소스, 겨자 소스,

본즈 소스….

소스의 종류는 요리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서울프라자호텔 조리연구개발팀 정기일 팀장의 도움말로 소스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철판구이 레스토랑 ‘뉴하마’ 주방장인 그는 “전채 요리부터 후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소스를 사용하는 것은 소스가 음식 맛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원래 소금이란 뜻

소스의 역사는 수천 년에 이른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돼 로마에 대중화됐다. 중세이탈리아 사람들이 소스의 이용법을 발전시켰고 17∼18세기 프랑스 사람들이 오늘날의 소스를 완성했다.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사용돼 온 소스만 400∼500종에 이른다.

소스의 어원은 라틴어의 ‘Sal’에서 유래했는데 원래 소금이란 뜻이었다. 서양에서 조미료를 뜻하는 단어의 머리에 유독 ‘s’자가 많이 붙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프랑스 영국 일본에서는 ‘Sauce’,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살사(Salsa)’, 독일은 ‘조세(Sosse)’로 불렸다.

○ 황홀경으로 이끄는 오로라

소스는 한때 각종 오해와 편견에 시달렸다. 음식의 치부를 가리는 용도로 쓰이는 것이 소스라는 것이다.

물론 냉장 기술이 없었을 때 조리사들이 약간 변질된 음식의 맛을 감추거나 품질이 별로인 고기의 맛을 돋우기 위해 소스를 사용한 적도 있었다. 또 소스는 본래 그 자체만으로 빛나는 존재는 아니다.

하지만 소스는 요리에 색상과 향기를 부여해 시각과 후각을 즐겁게 하고 부드러운 질감으로 미감을 풍부하게 한다.

각종 다양한 재료를 첨가해 음식의 영양가를 높이고 소화를 도와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다. 음식의 수분 증발을 막아 맛과 온도를 유지시켜 준다.

한마디로 소스를 통해 요리가 최종 완성되는 것이다. ‘세비야의 이발사’로 유명한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는 소스를 ‘황홀경으로 이끄는 오로라’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소스에 따라 요리 자체가 달라지기도 한다. 스테이크의 경우 브라운 소스인지, 와인 소스인지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 심지어 같은 브라운 소스라도 버섯을 썼는지, 허브를 넣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난다.

○ 한때 매운맛 소스 열풍

최근 소스에도 퓨전, 참살이(웰빙) 바람이 불고 있다. 같은 메뉴라도 독특한 소스를 개발해 맛의 차별화를 추구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히트를 쳤던 매운맛 열풍은 닭, 돼지, 해산물, 떡볶이 등의 메뉴를 막론하고 식당들이 매운맛 소스를 개발하도록 압박했다.

고객들의 까다롭고 다양한 입맛에 맞춘 소스가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한식당이라고 해서 한식 소스만을 고집하지 않고 양식이나 중식, 일식에서 사용하는 소스를 응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서울프라자호텔 뉴하마는 파슬리, 피스타치오, 허브 등 천연재료를 사용한 퓨전 소스를 앞세운 ‘컬러 메뉴’를 내놓았다.

손님마다 입맛이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재료에 따라 사용되는 소스가 정해진다.

생선에는 성게, 토마토, 아몬드, 간장 소스를 주로 사용한다. 소나 양고기에는 칠리, 마늘, 민트, 김 소스를 쓰고 닭고기에는 데리야키, 오렌지 소스를 사용한다. 샐러드에는 본즈, 유자, 레몬 소스가 좋다.

정 주방장은 “고객이 원하는 염도와 당도를 파악해 입맛에 맞는 소스를 개발하는 것은 요리사의 의무”라고 말했다. 요리사는 만인의 입맛을 맞추는 맛의 창조자라는 얘기다.

글=이호갑 기자 gdt@donga.com

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아몬드 소스 손쉽게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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