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투자자에게]LG카드 박해춘 사장

  • 입력 2006년 3월 2일 0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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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환 기자
홍진환 기자
LG카드 박해춘 사장은 국내 금융시장의 소문난 ‘구원투수’다.

박 사장이 이 회사에 부임한 것은 2004년 3월. 직전 해 11월 LG카드는 30%를 웃도는 연체율과 5조 원이 넘는 적자를 못 이기고 주저앉았다. 2003년 하반기(7∼12월) 발생한 신규 연체만 6조 원이 넘었다.

그러나 박 사장 부임 후 LG카드의 자산은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빠르게 개선됐다. 1998년 서울보증보험을 살린 데 이어 두 번째로 망해가는 회사를 회생시킨 것.

요즘 증시의 관심거리는 단연 LG카드 인수합병(M&A)의 향방이다. 그러나 박 사장은 “나는 경영 주체이지 인수합병의 주체가 아니다”라며 “그보다는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카드시장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너무 올라 LG카드 매각가격도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의견이 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10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한 회사다. 경쟁사보다 효율적인 발급 결제 시스템을 앞세워 지난해 1조3600억 원이 넘는 흑자를 냈다. 다른 회사가 카드 발급에 2주 걸리는 데 비해 LG카드는 8일 걸린다.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성장하리라 확신한다.”

―고객의 신뢰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회사 청산 얘기가 나와 흔들릴 때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카드를 쓰는 고객의 비율이 55%였다. 경쟁사보다 높은 수치다.”

―경쟁사에 비해 포인트 혜택 등 서비스가 야박하다는 고객의 불만이 있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출혈성 서비스를 하는 조그만 회사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 같은 큰 회사는 같은 수준의 혜택을 준다 해도 출혈이 몇 배가 된다. 점유율을 잃고 고객을 뺏긴다 하더라도 같은 식으로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 실적이 좋긴 하지만 추격당하는 처지에서 불안하지 않나.

“괴롭긴 하다. 그래도 에누리로 유혹하기보다는 고객의 편의를 꾀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얘길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2003년과 비슷한 (카드)사태를 일으킨다면 나는 사형당할지도 모른다.”

―지금 국내 카드 시장이 불안하다는 뜻인가.

“카드회사가 움직이는 자금 규모는 엄청나다. 1% 손해를 보면 1조 원이 날아가는 식이다. 바짝 긴장하고 위험관리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과거 LG카드가 무너졌던 것도 큰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위험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전처럼 약간의 혜택을 줬다가 금세 없애버리는 ‘속 보이는’ 마케팅 기법은 이제 고객에게 먹히지도 않고 카드회사의 위험만 높일 뿐이다.”

―외국계 금융회사가 LG카드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편인가.

“한국씨티은행의 관심이 처음보다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무관심한 척한다는 생각도 든다. 인수 회사의 국적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LG카드를 더 키울 수 있고 직원들을 함부로 내치지 않을 회사가 인수하면 좋겠다.”

―올해 주주 배당은 안 하면서 고액의 스톡옵션을 받은 데 대한 비판이 있는데….

“주주 배당은 내년부터 가능할 것이다. 스톡옵션은… 부임 초기에 받지 않아 제도의 원래 취지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스스로 주주에 대한 책임은 어느 정도 완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독려 차원으로 준 것으로 알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매각 진척이 늦다는 지적도 있는데….

“매각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성사될 것이다. 고객의 불안 해소를 위해서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애널리스트 평가: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책임연구원

현재 주가는 이미 M&A 프리미엄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앞으로 실적이 현상 유지에 그친다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가격이다. 소액주주가 M&A 프리미엄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M&A에 앞서 공개매수로 주가 변동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투자 의견은 ‘중립’, 목표 주가는 4만4000원.

◆ 박해춘 사장은…

△1948년생 △1976년 연세대 수학과 졸업 △1975년 국제화재 입사 △1980년 안국화재(현 삼성화재) 대표 보험계리인 △1993년 안국화재 이사, 삼성화재 기획 및 마케팅 담당 이사 △1998년 삼성화재 마케팅 담당 상무이사, 강북본부장

△1998년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사장 △2003년∼현재 사단법인 한국보험계리인회 회장 △2004년∼현재 LG카드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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