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승 교수의 미디어 월드]중국의 인터넷 검열

  • 입력 2005년 9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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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영국 유학 시절 박사과정 동기생 중에 사우디아라비아 공보처 소속의 고급 공무원이 있었다. 그의 연구 주제는 인터넷 검열이었다. 주로 유럽 쪽에서 온 다른 동기생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사이버의 열린 세계를 어떻게, 왜 검열하려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10년도 안 되는 사이에 검열은 현실이 되었다. 중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22일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 없는 기자단’은 중국의 인터넷 검열 실태보고서를 내놓았다. 중국은 국가적으로 인터넷 이용을 장려한다. 부족한 컴퓨터 보급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에 200여만 개의 사이버카페를 개설했고, 이를 통해 1억3400만 중국인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인터넷 문화는 서구의 그것과 확연히 다르다. 자유로운 사상의 공개된 장이 아니라 전자상거래를 위한 비즈니스 공간으로서만 존재한다. 사회주의 정치 체제의 유지를 위협하는 어떤 내용도 사이버 공간에 유통되는 것을 금지한다.

‘민주주의’와 같은 금지된 단어 항목을 만들어 걸러 내고 감시하고 검열한다. 당연히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가 개발돼 있다. 3만여 명의 정보통신산업 종사자가 방호벽으로 움직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콘텐츠 공급자들은 철저히 자기검열을 수행한다. 중국 정부가 내건 명분은 ‘잘못된 정보를 걸러 낸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이용자들은 분별력 있게 인터넷을 이용해야 한다’는 엄중한 경고도 뒤따른다.

오로지 돈을 버는 것만 가능한 중국의 인터넷 전략이 원활하게 기능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블로거들이 중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단어들을 올리는 것을 차단한다. 구글은 중국 내 이용자가 ‘파룬궁(法輪功)’과 같은 금지 단어를 수차례 올리면 몇 분간 그 이용자의 접근을 막아버린다. 야후는 중국 언론인의 수감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e메일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모두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물론 이들은 ‘현지의 규범과 법을 준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한다.

문제는 기술과 자국시장의 잠재력, 그리고 해외자본 유치의 외교적 전략을 결합한 인터넷 검열의 중국 모델이 다른 나라로 수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경 없는 기자단’이 꼽은 수출 대상국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인도 등이다. 인터넷 보급이 급성장하고 있는 지역들이다. 중국 모델에 군침을 흘릴 만한 북한이나 쿠바는 걱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아예 사람들을 인터넷에서 격리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중앙통제 체제에 근거한 중국 모델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인터넷은 탈중심적, 해체적, 전복적 세력이 끊임없이 창출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김사승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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