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권장도서 100권]<61>아함경-사캬무니 붓다

  • 입력 2005년 6월 14일 0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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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경은 기원전 6세기경 인도에 살았던 인물인 사캬무니 붓다가 45년간 그 제자들과 나눈 대화와 가르침을 모은 것이다. 비유나 우화가 많이 등장하고 대화체로 써 있어 읽기 쉬워 보이지만, 내용은 삶의 조건과 질곡 그리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방법과 해결책 등을 말하고 있어 무겁다. 그러나 붓다가 제자의 특성에 맞춰 난이도를 달리해 묻고 답한 것이므로 그 입장이 되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색해 가는 방식으로 읽으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책은 생로병사로 특징지어지는 삶을 고통이라고 본다. 그 고통에는 원인이 있고 또 그것의 소멸, 즉 열반이라는 상태가 있다. 또 거기로 가는 방법이 있다. 이것을 고집멸도(苦集滅道)의 사성제(四聖諦)라고 한다. 고통으로서의 삶이 열반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의 존재는 원인을 가지고 상관하는 관계, 즉 연기(緣起)의 관계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의 상태는 ‘저것’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저것이 사라지면 ‘이것’도 소멸한다는 것을 알면 번뇌와 괴로움의 제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물의 상관성에 대한 인식은 붓다가 새로 창안한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존재하던 사실로서, 그는 지혜나 눈이 있는 자는 다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진리는 경험으로 증험할 수 있어야 하고 특별한 신앙이나 능력을 가진 자만 알 수 있다면 이미 보편성을 상실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함경에는 붓다의 사상과 삶의 이야기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고 초기 교단의 모습, 즉 수행자의 공동체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

불교는 남성과 여성 출가자 모두의 독립 교단을 인정하는 유일한 종교다. 배경이 다른 사람이 모여 더불어 수행하며 살기 시작했을 때 계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들 교단의 성원은 보름에 한 번씩 모여 참회하는 모임을 갖고 자진해서 자기의 잘못을 지적해 달라고 동료에게 청한다. 정해진 원칙에 따라 일방적으로 계율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문제를 실용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요즘 불교가 근대 문명에 대해 대안적 사고를 제공하는 것으로 관심이 증폭되면서 불교와 현대사회에 대한 관련성이 많이 논의되고 있다. 네트워크의 시대가 오면서 연기사상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널리 확산되고, 거기에 드러나는 평화사상과 공생의 윤리 등이 마음의 행복, 전쟁과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지구, 환경과 생명에 대한 자비와 애정 등의 메시지로서 적극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인간, 세계, 우주를 잇는 유기적 세계관과 자연에 대한 존경이 문명의 위기를 걱정하는 지식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함경’에 대한 연구도 이른바 대승불교의 전통을 따르는 한국에서는 이것을 소승불교라 하여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일찍이 19세기부터 서양 불교학계에서는 팔리어 ‘니카야’를 번역하고 연구했다. 현재 구미의 웬만한 대학에는 불교 강의가 개설되고 수백 명의 학생이 수강을 하고 있다. 아함경 한글 번역본은 완역본에서 축약본까지 수십 종이 시중에 나와 있다. 그중 ‘한글 아함경’(고익진 교수 편역·동국대 출판부)이 학술적이고 내용이 충실하며 ‘부처님 말씀’(성열 스님·현암사)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조은수 서울대 교수·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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