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기업 10 이렇게 뚫는다]<1>삼성전자

  • 입력 2005년 6월 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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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기업’에 입사한 뒤 처음 출근하는 기분은 어떨까. 지난해 삼성전자에 입사한 44기 신입사원들이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으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대한민국 대표기업’에 입사한 뒤 처음 출근하는 기분은 어떨까. 지난해 삼성전자에 입사한 44기 신입사원들이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으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본보는 대기업 취업응시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대표기업 10 이렇게 뚫는다’ 시리즈를 오늘부터 10회에 걸쳐 목요일자 경제섹션 취업면에 연재합니다. 이번에 소개될 10개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SK㈜ 롯데쇼핑 KT 포스코 대한항공 GS칼텍스 한화㈜입니다. 대표기업은 자산 순위로 선정한 각 그룹의 핵심 계열사에 민영화된 주요 공기업을 포함시켰습니다.》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 매출액 1위, 글로벌기업….

삼성그룹이 내세우는 간판스타 삼성전자에 붙는 자랑스러운 칭호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제 삼성전자는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대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삼성전자 입사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 언제 뽑나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반기 수시모집 2000명, 후반기 그룹 공채를 통해 2900명 등 약 4900명의 인재를 뽑았다. 당분간 그룹 공채 계획은 없고 수시모집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올해에는 전반기에 2000여 명을 뽑았고 후반기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채용사이트인 디어삼성(www.dearsamsung.co.kr)을 통해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공고를 내보낸다. 입사 지망자들은 평소 디어삼성을 유심히 체크해야 한다.

○ 입사 지원 자격은

삼성전자 입사의 특징은 학력에 제한이 없다는 점. 고졸 이하라도 능력이 있으면 뽑힐 수 있다. 성(性) 차별도 없고 나이도 따지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어야 하고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 합법적인 군 면제자도 문제가 없다.

3급 신입사원(대졸자)을 기준으로 할 때는 토익(TOEIC) 점수가 문과 730점 이상, 이과 620점 이상이어야 한다. 또 B학점 이상이어야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다.

삼성전자 입사 기회는 두 번이다. 삼성그룹이 지난해부터 취업 재수생의 자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반기에 뽑을 때는 ‘8월 졸업자와 내년 2월 졸업예정자’만 지원이 가능하다.

○ 어떤 시험을 통과해야 하나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른다. SSAT는 삼성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1993년 11월부터 2년간에 걸쳐 개발했다. 지원자의 학습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 등 종합적인 직무 수행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도구라 할 수 있다.

SSAT는 총 500문항으로 문항당 1점이다. 500점 만점에 300점 이상이어야 테스트를 통과한다. 총 검사시간은 180분. 언어력 수리력 등을 평가하는 기초능력검사 300문항과 조직생활에 필수적인 능력을 측정하는 200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SSAT 다음엔 1, 2단계 면접을 넘어야 한다. 1단계는 기본 인성(人性)을 보는 임원 면접이며 2단계는 기본 실무능력 및 활용 가능성을 측정하는 프레젠테이션 면접이다. 2단계 면접은 부·차장 등 실무진이 직접 평가한다. 주어진 시간은 1인당 10∼20분.

2단계 면접에선 직군별로 전문성이 있는 주제를 주고 응시자 스스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한다. 응시자의 열정과 포부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다.

○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은

삼성 인재개발연구소장인 안승준 상무는 삼성전자의 인재상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첫째, 빠른 두뇌와 창의력, 도전정신을 가진 인재다. 둘째, 글로벌 경영환경에 맞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다. 셋째, 명확한 목표와 목적의식을 가지고 부단히 노력하는 인재다.”

안 상무는 “디지털 시대로의 급속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기업의 채용 전략에도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자신만의 독특한 전문성과 창의성,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학시절에 길러야 한다”고 삼성전자 입사 희망자들에게 조언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삼성전자 입사위해 20여개국 배낭여행 견문 넓혀▼

삼성전자 홍보팀에 근무하는 황진오(28·사진) 씨.

그는 지난해 1월 삼성전자에 입사한 2년차 사원이다.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97학번.

황 씨는 “학교 다닐 때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에 입사하는 게 꿈이었다”고 했다.

“삼성전자에 관한 책은 꼭 사 봤죠.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에 입사하려고 배낭여행으로 2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사물을 보는 시각도 넓혔습니다. 이런 노력들은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와 프레젠테이션 면접에서 큰 효과를 봤어요.”

그가 삼성전자에 입사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놀라움 반’, ‘부러움 반’이었다. 주위에서 “대단하다”고 할 때마다 황 씨는 “어깨 힘 빼고 겸손해지려고 노력한다”고.

기사 스크랩과 보도자료 작성, 기획, PR 등 ‘홍보맨’으로서 하루하루를 숨 가쁘게 보내고 있는 황 씨는 “고되고 힘들지만 보람 있을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연구개발(R&D) 연구진의 노고가 기술적 성과를 거둔 뒤 언론에 근사하게 소개되는 것을 보면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

황 씨는 삼성전자 입사를 원하는 후배들에게 이런 충고를 했다.

“자신이 원하는 걸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 자신을 이끌어 줄 목표에 맞춰 꾸준히 준비해야 합니다. 삼성전자는 노력한 사람에게 ‘합격’으로 보답할 겁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춤 한번 춰보세요”…창의성 순발력 솔직함에 점수▼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시험을 치르고 있는 삼성전자 입사 응시자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춤 잘 춥니까. 그러면 여기서 한번 춤춰 보세요.”

“삼성전자의 지배구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당신이 삼성전자 최초의 여자 최고경영자(CEO)가 됐습니다. 취임사 한번 해보세요.”

삼성전자의 면접 자리에선 예측하기 힘든 질문들이 튀어 나온다. ‘예상 질문’을 준비해 간 면접자들은 진땀을 흘리기 일쑤다. 삼성전자의 면접은 서울 중구 서소문로에 있는 삼성 서울연수소에서 이뤄진다. 인문·상경계와 이공계로 나눠 면접이 이뤄지며 4명의 임원이 한 조를 이뤄 각 면접장에 포진한다.

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10∼15분. 간단한 자기소개 뒤 질문이 이어진다. 면접 등급은 A+, A0, B+, B0, B-, C, D 등 7개로 나눠진다. 평균적으로 B+ 이상을 받아야 합격선이다.

삼성전자 면접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은 창의성, 순발력, 의외성, 솔직함이다.

삼성전자 임원들은 “사람 됨됨이를 평가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틀에 박히고 정형화된 답변과 거짓말은 ‘노(NO)’다. 독창적이고 솔직하며 담백한 답변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여성들에게 술, 담배를 하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한잔도 못 합니다’ ‘담배는 입에도 못 댑니다’라고 말한다. 그런 대답이 신뢰가 가느냐. 차라리 ‘소주 1병 마신다’고 하면 더 믿음이 간다.”

이런 일도 있었다. “담배 못 피운다”던 여성이 면접이 끝난 뒤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면접관을 만났다. 이 임원은 나중에 이 여성의 면접 점수를 최하 점수로 바꿨다.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들은 이런 응시자들이다.

면접관이 “휴대전화 뭐 쓰느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애니콜이요”라고 한다. 하지만 한 면접자는 “애니콜이 비싸서 다른 걸 씁니다”라고 솔직하게 답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면접이 끝난 뒤 “제가 삼성전자의 이미지에 관해 직접 설문조사를 해왔는데 한번 발표해 보겠습니다”라고 해 임원들을 감동시킨 사람도 있다.

삼성전자 입사 희망자들에게 도움말 하나. 신문을 열심히 봐라. 삼성과 관련된 시사적(時事的)인 이슈를 많이 물어 본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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