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재즈에 빠진 ‘열정의 CEO’ 윤세웅대표

  • 입력 2004년 4월 8일 15시 48분


코멘트
윤세웅 오버추어 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31일 '윤희정과 친구들'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다. 이 공연에는 늘 두 명의 아마추어가 게스트로 참여한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윤세웅 오버추어 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31일 '윤희정과 친구들'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다. 이 공연에는 늘 두 명의 아마추어가 게스트로 참여한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지난달 31일 밤 문화일보 홀에서 열린 ‘윤희정과 친구들’ 콘서트 현장. 이미 다섯 곡을 부른 재즈 가수 윤희정씨가 이날의 게스트를 소개하자 객석은 술렁거렸다. 무대에 올라온 사람은 인터넷 검색광고 업체인 오버추어 코리아의 최고경영자(CEO) 윤세웅 대표(45). 다소 놀라움 섞인 탄성을 지른 사람들은 자신의 보스가 무대에 선다는 것을 모른 채 단체 관람을 왔던 이 회사 직원들이었다.》

○ 공연

1997년 시작된 윤희정씨의 콘서트 ‘윤희정과 친구들’에는 매번 두 명의 아마추어가 무대에 선다. 사회적인 지명도가 있는 인물과 연예인이 각각 한 명씩이다. 재즈라고는 전혀 몰랐던 윤 대표는 순전히 노래 실력 덕분에 지인의 소개로 발탁됐다.

윤 대표는 이날 매력적인 중저음으로 ‘마이 풀리시 하트(My foolish heart)’와 ‘올 오브 미(All of me)’ 두 곡의 재즈 넘버를 열창했다. 첫 곡을 부를 땐 긴장감이 배어나왔지만 빠른 템포의 ‘올 오브 미’를 부를 땐 무대를 거닐 만큼 여유가 생겼다. 연습을 많이 해서일까, 약간 쉰 듯한 목소리가 오히려 자연스럽게 들렸다.

지금까지 ‘윤희정과 친구들’의 무대를 거쳐 간 아마추어는 약 160명에 이른다. 평소 주위에서 ‘명가수’로 이름난 윤 대표였지만 돈을 내고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 앞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노래가 업인 가수들도 다른 장르의 무대에 서면 긴장한다. 윤희정씨에 따르면 ‘가수 김건모도 떨었던’ 그 무대에서 윤 대표는 자신의 실력을 80%쯤 발휘했다. 아마추어로선 최고 수준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윤 대표는 지난 2개월간 매주 두 차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윤희정씨의 작업실에서 혹독한 일대일 레슨을 받았다. 재즈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 두 권의 책을 독파했고 차안에선 부를 곡을 틀어놓고 필을 따라가려고 애썼다.

○ 재즈적인 경영

일본의 경제평론가 사카이야 다이치의 명저 ‘조직의 성쇠’에는 재즈밴드형 조직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구절이 나온다. 근대 공업사회에서 지식기반 사회로 옮겨가면서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한 오케스트라형 조직은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흥적이고 자유로우면서 기본을 지킬 것. 재즈 연주자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은 경영자의 그것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재즈에서 베이스와 드럼은 정해진 약속, 즉 기본 박자와 틀을 지켜나가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피아노와 색소폰 같은 다른 악기는 이 약속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마음껏 변주를 한다.

경영 현장 역시 기본을 지키되 외부의 상황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가야 한다. 전략과 그때그때의 전술을 분리하는 것이다. 재즈에 비해 클래식 음악은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틀에 얽매여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재즈는 흑인 노예의 음악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속성과 속박되지 않는 자유로움이 특성”이라며 “경영자들은 주어진 제약 조건을 넘어서기 위해 늘 노력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재즈 마니아 경영자들

윤 대표 외에도 윤희정씨의 무대에 섰던 경영자가 몇 명 더 있다. 터보테크의 장흥순, 네띠앙의 전하진, 로커스의 김형순 사장이 그들이다. 이들은 무대에 선 후 재즈에 흠뻑 빠져 지금도 윤사모(윤희정을 사랑하는 모임)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공통점은 40대 인터넷 관련 업계의 CEO라는 점이다. 인터넷과 재즈의 연관성이라도 있는 것일까.

인터넷도 재즈처럼 자유로움과 창의성이 핵심이다. 색소폰과 기타 연주를 즐겼던 야후의 전 경영자 팀 쿠글은 “인터넷은 재즈”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악보 없는 즉흥 연주가 인터넷 문화와 닮았다는 것이다.

윤 대표가 이번 무대에서 불렀던 ‘올 오브 미’는 40여 가지가 넘는 변주곡이 있다. 프랭크 시내트라가 초등학생처럼 다소곳하게 불렀던 이 곡을 윤 대표는 한 박자씩 쉬었다 나가는 방식으로 불렀다.

경영학 교과서에는 원칙이 존재하지만 실제 현장의 경영 스타일은 CEO에 따라 제각각이다. 재즈 문외한에서 마니아로 변한 윤 대표가 앞으로 오버추어 코리아를 어떻게 변주할지 관심이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