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방송]‘꽃보다…’서 좋은 연기 보여주는 고두심

  • 입력 2004년 3월 18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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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심은 화사한 개량한복 차림으로 17일 SBS 등촌동 공개홀에서 진행된 ‘스타의 전당’ 녹화 현장에 나타났다. ‘스타의 전당’은 역대 SBS 연기 대상과 가요 대상 수상자들을 한 자리에 모은 프로그램. 고두심은 2000년 SBS ‘덕이’, 1990년 MBC ‘춤추는 가얏고’, 1989년 KBS ‘사랑의 굴레’로 방송3사의 연기 대상을 모두 받은 최초의 탤런트다. 사진제공 SBS
고두심은 화사한 개량한복 차림으로 17일 SBS 등촌동 공개홀에서 진행된 ‘스타의 전당’ 녹화 현장에 나타났다. ‘스타의 전당’은 역대 SBS 연기 대상과 가요 대상 수상자들을 한 자리에 모은 프로그램. 고두심은 2000년 SBS ‘덕이’, 1990년 MBC ‘춤추는 가얏고’, 1989년 KBS ‘사랑의 굴레’로 방송3사의 연기 대상을 모두 받은 최초의 탤런트다. 사진제공 SBS
50대 여배우가 TV 드라마의 주연을 맡는 것은 희귀한 경우다. 그 드라마가 시청률 경쟁에서 선전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하지만 KBS2 수목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밤 9·50)는 꽃 같은 젊은 연기자들이 나오는 경쟁 채널의 드라마와 맞붙어 20% 가까운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꽃보다…’의 성공 뒤에는 꽃다운 나이를 넘기고도 여전히 아름다운 주인공 고두심(53)의 열연이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나 있을법한 그리운 어머니지요. 당신은 없고 늘 자식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마음의 고향 같은 어머니….”

고두심이 연기하는 이영자는 배움이 짧고 순박하면서도 모자란 인물. “니가 여자냐”며 일찌감치 딴살림을 차린 남편 김두칠(주현)이 되레 큰소리를 치는데도 아무 소리 하지 않는다. 영자는 오히려 “반평생을 살 비비고 산 남자도 나를 싫다는데, 누가 날 이뻐할라고…” 하며 물러선다.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느라 대학 못가고 결혼생활에도 실패한 맏딸 김미옥(배종옥)이 “날 왜 이렇게 밖에 못 키웠어”라며 성질을 부려도, 영자는 “괜찮어. 니가 엄마 아니면 어디가서 그렇게 소리를 질러”하고 받아준다. 막내아들 김재수(김흥수)의 대사는 집안에서 영자의 위상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엄마가 엄마꺼야!”

제작진은 이영자에게서 자기 어머니를 떠올리며 촬영하다 울기도 한다고 전했다. 작가 노희경씨는 자기 어머니를 모델로 썼다고 하고, 김철규 PD는 “우리 엄마 같다”고 한다.

고두심은 “바쁜 연기생활로 전화도 자주 못하는 저에게 ‘편지가 따로 있냐, 테레비가 편지지’ 하시던 어머니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김 PD는 “영자 역할은 대단한 내공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자기희생적이어서 칙칙하고 궁상맞고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도 고두심씨가 맹하고 귀여운 매력을 더해 캐릭터를 잘 살려냈다”며 좋아했다. 탤런트 김희애는 “선배는 배역에 푹 빠지기보다 배역과 자연인 고두심 사이의 균형을 절묘하게 찾아낸다”며 “신들린 듯한 연기가 아닌 자연스런 연기로 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고두심은 5월 개봉하는 영화 ‘인어공주’에서도 전도연의 억척스런 엄마로 나온다. 영화 중 직업이 ‘목욕 관리사’여서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고 때 밀어주는 장면을 찍었다. 고두심으로서는 최고 수위의 노출인 셈.

그는 중고교 시절 고전무용으로 몸매를 가다듬었고 지금도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2시간의 산행으로 몸을 관리하고 있다. 중년 연기자로서는 드물게 성적 매력도 풍기지만 정숙하고 자애로운 어머니 이미지에 스스로를 가둬놓는다. 그래서 ‘영부인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연예인’이나 ‘히딩크 부인으로 내조를 가장 잘 할 것 같은 연예인’을 뽑을 때 고두심은 늘 1위였다.

“다른 배역요? 욕심 없어요. 배우는 마음을 비운 뒤 그 공간 속에 배역을 채워 넣어야 합니다.”

고두심은 방송사에서 최고 개런티를 받는 연기자이다. 2002년에는 MBC에서 3억 2636만원(2003년 국회 국정감사 자료)을 받아 최고 출연료를 기록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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