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報독자인권위 좌담]외국인근로자 보도 유의할 차별문제

  • 입력 2003년 10월 26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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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독자인권위원회(POC·Press Oversight Committee) 위원들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보도가 범죄 위주로 또는 선정적으로 다루어져 결과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차별하는 인상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들은 제12차 정기회의가 있은 23일 ‘외국인 근로자 관련해 보도에서 유의할 차별 문제’란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보호와 관련해 언론은 균형감각을 가지고 약자를 배려하는 시각에서 보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POC 위원들은 외국인 근로자 인권침해 문제는 이제 사건 사고 위주의 보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맥락을 짚어 보고 근원적인 구조를 파악해 보는 심층 기획보도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원들은 외국인 노동자가 귀국해 한국에 대해 어떻게 얘기할지, 그의 자손들에게는 한국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게 될지까지 생각해 그들을 대하고 보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이들의 인상이나 판단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나아가 한국인의 생존문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이영근 전문위원>

― 외국인 근로자 관련 보도가 범죄 위주로 다뤄지는 경향을 보여 사회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결과적으로 이들을 차별하는 보도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본보 독자인권위원들이 ‘외국인근로자 관련 보도에서 유의할 차별 문제’를 주제로 좌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왕 위원, 이용훈 위원장, 양창순 김영석위원. -김미옥기자

▽이용훈 위원장=사건기사의 경우 사실이라고 확인되면 보도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균형 감각이 문제겠지요.

▽양창순 위원=최근에 ‘일보다 성(性)매매’라는 제목으로 외국인 근로자 매매춘 사건을 다룬 보도를 봤습니다. 내국인 근로자가 그런 경우도 많겠지만 똑같이 보도되지는 않지요. 외국인 노동자라 다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접근을 해 부정적 인식을 주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영석 위원=차별의 일차적인 기준은 보도된 내용이 사실인가 아닌가에 두어야 합니다. 사실이라 하더라도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의 행위이기 때문에 흥미 위주로 과장 왜곡하는 경향은 보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겠지요.

▽이종왕 위원=약소국 출신일수록 자존심이 쉽게 손상되고 위축감을 갖게 되는 경향을 보이니 보도에 신경을 써야 되겠습니다. 국적이나 피부색에 상관없이 세계 보편적 가치인 인간 존엄성을 중심으로 세우고 접근해 나가야 하겠지요. 노동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인권유린 사례가 많은 것은 부끄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양창순=범죄 보도가 잦았던 탓인지 ‘외국인 근로자’를 ‘범죄자’와 동일시하는 편견과 선입견을 드러내는 현상도 눈에 띕니다. 나아가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마저 사회에 확산돼 있고요.

―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언론이 유의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김영석=한국 언론이 외국인 노동자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 그동안 많이 보도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이제 사건 위주 보도에서 더 나아가 맥락을 짚어 보고 그 핵심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구조적인 모순을 진단하는 심층보도를 통해 사회적으로 이슈화할 시점이 됐다는 생각입니다.

▽양창순=최근 참석했던 한 모임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부상이나 구타로 참혹하게 일그러진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은 달력을 보고는 섬뜩했습니다. 이들이 귀국해 한국에 대해 어떻게 얘기하는지 추적 보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용훈=외국인 근로자라도 저개발국 출신은 상대적으로 국가 외교 차원의 대응이 부족한 실정이니 더 배려해야겠지요. 한국인의 외국인 차별 문화는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영석=열악한 근로환경이나 임금체불, 성희롱 등 인권침해가 유독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만 더 많이 자행돼 왔는지는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인권문제나 노동환경을 점검해 보자는 겁니다. 저는 우리 언론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의도적인 차별보도는 거의 하지 않았다고 평가합니다.

▽양창순=글쎄요, 저는 다소 달리 봅니다만…. 약자나 소수자가 그나마 기댈 곳은 언론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여 우리가 우월하니까 동정한다는 의식이 밑바닥에 깔려 있지나 않은지요.

▽이종왕=기본적으로 사회적 약자나 소외된 계층에 대해서는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바람직합니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온 동포 근로자가 인간 자존심을 심하게 구기게 하는 일은 없도록 언론이 관심을 기울여 주면 좋겠습니다. ▽양창순=나보다 못해도 마땅히 평등하고,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리다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집단이 아니면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춘기적 문화’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성인의 문화’로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김영석=브로커의 개입 등 입국하는 시점부터 이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와 관련해서는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교적 마찰 없이 해소 방안을 찾도록 초기단계부터 근원적 시각에서 문제를 제기할 시점입니다.

▽이종왕=인권침해와 불법체류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봅니다. 불법체류라는 약점 때문에 기본인권이 유린된다면 국가 이미지의 문제가 되므로 언론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누구든 사람답게 대우받고 공정하게 대접받는다는 보편적인 가치는 변할 수 없으니까요.

▽이용훈=외국인 근로자 문제는 결국 우리의 생존 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한국인을 원망하고 한을 품고 귀국하게 만든다면 국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들이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 한국에 대해 어떻게 얘기할지, 그의 자손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하게 될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들이 ‘한국은 역시 공정한 나라’라고 인식하게 만들고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우리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나아가 한국인의 생존 문제에 밝은 미래가 있겠습니까.

정리=김종하기자 1101ha@donga.com

<참석자 명단>

이용훈 위원장(전 대법관)

이종왕 위원 (변호사)

김영석 위원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장)

양창순 위원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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