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홍선화/재활병동 환자들의 꿈

  • 입력 2003년 8월 18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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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화
어찌된 일인지 나는 최근 3년 사이 세 번이나 연거푸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후유증으로 목과 허리 무릎뼈와 신경에 이상이 생겨 재활치료를 받느라 10개월 가까이를 병원 입원실에서 보내야 했다.

그곳에서 나는 재활치료를 받는 사람들 중 외상이 거의 없는 유일한 환자여서 다른 환자나 보호자들에게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대부분 뇌를 크게 다쳐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보호자 없이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중환자였기 때문이다.

재활치료 현장은 누구 하나 애절한 사연이 없는 사람이 없다. 어느 날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져 몸의 중심을 잡기도 어려워진 젊은 아기엄마, 감전 사고로 어린아이처럼 정신연령이 떨어지고 몸도 만신창이가 된 20대 중반의 새신랑, 자다가 갑자기 마비 증세가 온 일곱 살 꼬마, 뇌를 다쳐 한쪽 머리가 움푹 들어간 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쉴 새 없이 욕을 해대는 30대 후반의 아저씨, 범인을 잡는 도중 중풍으로 쓰러져 한쪽 팔과 다리가 마비된 형사반장….

이들은 매일 몇 시간씩 비지땀을 흘리며 재활 노력을 한다. 수술하고 약 먹으면 뚝딱 낫는 병이 아니기에 예전처럼 정상으로 돌아오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때로는 너무 힘들고 지쳐 좌절하기도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언젠가는 회복된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도전을 계속한다.

가끔 운동치료실에서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일어서지도 못하던 환자가 중심을 잡는다거나, 걷지 못했던 아저씨가 한 걸음을 옮기는 식으로 나아진 모습을 보일 경우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수많은 어려움 끝에 약간의 가능성을 보여준 환자의 얼굴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 모두 마냥 흐뭇해지기 마련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삶이 고단하고 힘들어 내린 결정일 것이다. 그러나 내 몸이 성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살아갈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불편한 몸으로 안간힘을 쓰며 세상살이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홍선화 홍보대행사 ‘커뮤니케이션즈 리필’ 기획실장서울

서울 은평구 응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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