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세이]이상덕/알레르리 비염, 덮어놓고 수술부터?

  • 입력 2003년 6월 2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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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어요. 레이저 수술이든 뭐든 이번에는 근본적으로 치료해 주세요.”

40대 환자 L씨의 심정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 상사들과의 회의 중에도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를 하고 코를 풀어대야 하니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지난달부터 꽃가루가 많이 날리면서 알레르기비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최근 부쩍 많아졌다. 알레르기비염은 왜 생기는 걸까.

우리 몸은 숨을 쉴 때 들이마신 공기 중 코 점막과 ‘궁합이 맞지 않는’ 물질이 코로 들어오면 재채기를 통해 밖으로 내보내고 콧물을 흘려 씻어낸다. 나아가 코막힘으로 해로운 물질이 더 이상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 기관지나 폐를 보호하는 방어작용을 하게 된다. 이러한 반응이 정상인에 비해 심하게 일어나는 것이 바로 알레르기비염이다.

원인으로는 집먼지진드기, 애완동물의 털, 바퀴벌레, 곰팡이가루, 그리고 꽃가루 등이 지적된다. 봄철에는 특히 참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개암나무 등의 꽃가루가 주범인 경우도 많다. 알레르기비염은 이처럼 주거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근래 20년간 환자 수가 3배가량이나 늘어나 지금은 국민의 약 15% 정도가 알레르기비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대부분의 알레르기비염 환자들은 처음에는 코감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의 3대 증상이 코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치료의 첫걸음은 정확한 진단이다. 특히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물질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실제 병원에서 환자 대부분은 검사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막무가내로 레이저 수술이나 약물 처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원인규명 없이 약을 써서 효과를 볼 수도 있으나 그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일단 원인을 파악한 뒤 그것을 피하는 ‘회피요법’이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치료법이다. 현실적으로 집먼지진드기나 꽃가루 등을 완전히 없애고 회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더라도 이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치료에 대한 환자의 태도는 두 부류로 대별된다. 하나는 ‘신통한’ 치료법으로 한번에 완치되기를 바라는 경우이고, 다른 부류는 이 병은 완치가 안 된다며 치료할 필요도 없다고 포기하는 경우다. 물론 둘 다 잘못된 생각이다.

알레르기비염의 치료 목표는 완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증상을 없애거나 혹시 있더라도 경미한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이다. 비염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하고 약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일 뿐이다. 급성으로 악화할 경우에도 빈도를 낮추어 오래가지 않는 상태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회피요법, 약물치료법, 면역요법, 레이저수술 등의 방법 중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노하우가 중요하다.

알레르기비염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코 점막은 원인물질이 아닌 대기오염이나 찬 공기, 에어컨 바람 등에도 증상이 나타나는 비점막 과민증으로 발전하거나 천식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신통한’ 치료법을 찾아 이 병원 저 병원 다니기보다는 의사와 신뢰관계를 구축해 꾸준히 관리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상덕 이비인후과 전문의 www.hana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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