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천재 과학자들의 경쟁과 성패'

  • 입력 2003년 4월 25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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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과학자들의 경쟁과 성패/1권 에디슨은 전기를 훔쳤다/2권 과학자 빌 게이츠, 부자가 되다/마이클 화이트 지음 이상원 옮김/1권 298쪽, 2권 330쪽 각권 9500원 사이언스북스

“산업과 상업에서는 누구나 남의 것을 훔치기 마련이다. 나 자신도 많은 것을 훔치며 살아왔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 훔치면 좋은지’ 방법을 알고 있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의 고백이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격언을 남긴 바로 그 사람의 말이라고 선뜻 믿기지 않는다.

실제로 에디슨은 사업 수완이 뛰어난 덕분에 거대자본과 과학기술이 결합되기 시작한 19세기 말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승부욕과 재물욕은 경쟁자에 대한 무자비하고 비이성적인 탄압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에디슨과 크로아티아 출신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1856∼1943)간에 벌어진 ‘전류 전쟁’이 그 한 예다. 이 싸움은 대중에게 전기를 공급할 때 직류(直流) 또 교류(交流) 중 어느 방식을 택할 것이냐를 놓고 1888년부터 벌어졌다. 에디슨은 이때 흑색선전과 언론플레이, 최초의 전기의자 사형집행과 같은 선정적인 이벤트 개최로 테슬라의 교류 방식을 매장시키려 했다. 이 와중에서도 양측의 연구 개발이 계속 치열하게 이뤄졌음은 물론이다.

이 두 사람의 경쟁과정이 비록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저자는 ‘전류 전쟁’이 과학자들의 연구 의욕에 불을 지펴 과학의 혁신적인 발전을 앞당겼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 책에 소개된 다른 경쟁 사례도 그렇다는 게 저자의 관점이다.

‘미적분의 발견자’라는 영예를 둘러싼 뉴턴과 독일 과학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의 공방, 2차 세계대전 당시 원폭을 먼저 개발하기 위한 미국과 독일의 대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의 소프트웨어 개발 경쟁 등 8가지 경쟁이 시대순으로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동안 평면적으로 신격화돼 온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을 보게 되는 것도 이 책의 장점. 뉴턴의 불운한 어린 시절과 성인기의 편집증적 증세나, 1995년 말 MS사의 주가가 떨어졌을 때 빌 게이츠가 불안을 억누르지 못해 하룻밤에 치즈버거를 8개나 먹어치운 일 등이다. 원제 Acid Tongues and Tranquil Dreamers.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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