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사람]대한건축사협 인천시회 박순종 회장

  • 입력 2003년 3월 6일 2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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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할 일인 감리업무를 건축사들에게 떠넘기고 있어 한국의 건축문화가 퇴보하고 있습니다. 건축사들이 건축주의 눈치만 살피고 있어 위법·부실 건축물이 양산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건축사이지만 스스로의 허물을 과감히 밝히면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선 대한건축사협회 인천시회 박순종 회장(58).

그는 인천지역 280명의 건축사와 함께 ‘건축법 개선에 관한 건의서’를 만들어 국회 공정거래위원회 부패방지위원회 등에 제출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자 요즘 ‘1인 시위’에도 나섰다.

그는 이번 3·1절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 건물 앞에서 1000원, 5000원, 1만원권 등 100만원 상당의 화폐를 뿌리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 화폐에는 ‘건축주가 준공검사 할 사람을 돈주고 마음대로 선택하는 건축제도 때문에 국민들이 막대한 재산상 손실이 입고 있다’는 문구가 적힌 복사용지가 스카치 테이프로 붙어있었다.

“건축사가 감리 과정에서 부실 건축 사실을 적발할 경우 까다로운 사람으로 소문이 나 일감을 맡지 못하게 됩니다. 설계 실력보다는 사용검사 등 건축물 인허가를 잘 받아내는 건축사가 유능한 것으로 평가받는 게 현실이지요.”

이로 인해 일부 건축사들이 감사 담당공무원들과 유착될 수 있으며 사법당국의 일제 수사에 적발돼 범법자로 전락하는 건축사들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

그는 “건축사는 건축문화에 이바지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하며 불법 부실 건축물에 대한 감독권은 정부의 통제 하에 집행돼야 한다”며 “외국에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건축 전문가를 고용해 직접 감리업무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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