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김수경 발목잡은 현대 야수의 실책

  • 입력 2002년 10월 21일 21시 26분


21일 오후 7시 수원구장의 기온은 9도. 게다가 초속 2.6m의 강풍이 불어 가만히 있으면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다.

20∼25도의 따끈따끈한 날씨에 제 기량을 발휘하는 야구선수들에겐 ‘시베리아 벌판’에서 야구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을 게 분명할 터. 선수들은 이닝이 교체될 때마다 더그아웃의 난로가로 모여들어 잔뜩 언 몸을 녹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럴 때 투수가 동료들을 도와주는 방법은 가능한 한 빨리 타자와 승부해 이닝을 마무리짓는 것. 수비시간이 길어질수록 몸이 굳어 있는 야수들의 집중력은 떨어지기 마련이기 때문.

현대가 2-0으로 앞선 가운데 맞이한 2회 초 LG 공격. 1회를 공 10개만 던지고 깔끔하게 막아낸 현대 선발 김수경은 2회부터 늘어지는 투구 패턴으로 야수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1사 후 박용택을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2-3 풀카운트까지 갔고 손지환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낼 때 공을 7개 던졌다. 최동수의 안타로 2사 1, 2루가 된 뒤 조인성과도 풀카운트 실랑이 끝에 왼쪽 안타를 허용. 이때 현대 좌익수 폴은 볼을 더듬는 실수를 범해 1루 동점주자의 득점까지 내줬다. 결과적으로 이 실책은 이날 경기의 흐름을 뒤바꾸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

하지만 2회에만 36개의 투구 수를 기록하며 야수들을 ‘괴롭게’ 만든 투수 김수경에게도 실책 유발의 책임이 있지 않았을까.

수원〓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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