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cer report]최선 다한 모습… 결국은 승자

입력 2002-06-26 01:56수정 2009-09-1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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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서 세 번이나 우승한 독일을 맞아 대등한 경기를 벌인 선수들에게 정말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정말 큰일을 했다.

한국 축구의 위상을 세계 정상급으로 끌어올린 거스 히딩크 감독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쓴 코칭 스태프에게도 고마울 뿐이다.

냉정하게 경기로 돌아가자면 16강전 이후 두 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러 체력이 고갈됐기 때문이라 생각되지만 초반의 압도적인 우세를 이어가지 못한 게 아쉽다.

독일 선수들의 몸이 채 풀리기도 전에 차두리, 이천수 등 젊은 선수들이 자신있게 몰아붙여 분위기를 압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예봉이 꺾이며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았던 것이 크게 보면 패인이다. 좀 더 정교한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진영을 교란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후반 들어 안정환 설기현 등 공격수들이 투입되면서 주도권은 다시 한국팀으로 넘어왔고 독일 선수들은 눈에 띄게 몸놀림이 둔해졌다. 독일팀 공수의 핵인 올리버 노이빌레는 툭하면 짜증을 냈고, 미하엘 발라크는 이천수의 과감한 돌파를 반칙으로 끊다 경고를 받는 등 거세진 한국의 공격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수비진은 흠잡을 데 없었다. 이운재는 말할 것도 없고, 최진철은 키 큰 독일 선수들의 고공 폭격에 맞서 조금도 밀리지 않고 같이 떠 결코 완벽한 헤딩 찬스를 내주지 않았다. 김태영은 묵직한 슈팅을 온 몸으로 막아내는 눈물의 투혼을 보였고, 홍명보는 국가대표간 A매치에 131회 출장한 백전노장답게 공이 가는 길목에 언제나 서 있었다.

링거를 맞아가며 정신력으로 버티다 후반 교체된 최진철의 공백이 커 보였다. 결승골을 허용할 당시 만약 최진철이 그대로 뛰었더라면, 그래서 빈자리를 커버했더라면 발라크에게 공간을 내줬을까.

하지만 한국 축구는 이제 당당히 세계 4강이다. 오늘 졌다고 해서 조금도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모든 관중이, 온 국민이 박수를 보내지 않았던가.

이탈리아전에서 보여줬던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계속 잊지 않고, 국민과 한 마음이 돼 더욱 분투한다면 언젠가 월드컵 무대에서 다시 독일을 만나 멋지게 설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허정무/본보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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