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100세 ABC 1]'절주-금연-운동' 기초부터 튼튼히

  • 입력 2002년 6월 16일 21시 28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1960년 55세에서 2000년 76세로 무려 21세가 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질병 속에서 중년 이후를 보내고 있으며 현재 중환(重患) 없이 지내는 건강수명은 66세에 불과하다. 동아일보사와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은 독자 여러분이 중년 이후 건강한 모습으로 ‘삶의 질’을 유지하는 정보를 담은 기사를 20회에 걸쳐 연재한다. 》

“재(財)테크뿐만 아니라 ‘노후 건강(健康)테크’에도 신경쓰세요.”

한국의 중년은 일에, 술에 혹사당하고 있다. 40대 남성의 사망률은 세계 1위로 선진국의 2배에 이른다. 의사들은 이들 중년이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됐을 때 온통 질병에 시달리는 또다른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은 7∼8%이지만 40, 50대가 노인이 되는 2020년에는 15%까지 올라가는 노령사회가 된다. 20년 뒤의 노인은 연금을 지급받는 등의 이유로 지금의 노인보다 경제적으로 윤택하겠지만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만사휴의(萬事休矣)다.

최근 미국 보스턴대 의대 연구팀이 장수(長壽)는 유전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유전적 요인이 노년의 ‘삶의 질’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년기에 ‘노후 건강테크’에 신경써야 노년기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 중년에 유념해야 할 점을 소개한다.

▽중년 건강의 주적(主敵)은 술〓한국인에게서 술은 담배 못지 않게 해롭다. 과음은 뇌 심장 간 콩팥 이자 성기 등 신체의 거의 모든 기관을 융단 폭격하며 해를 끼친다. 한국인의 음주문화는 과음으로 이어지기 일쑤라 그 피해가 크다. 술만 끊어도 치매 뇌중풍 등으로 노년을 불행하게 보낼 확률은 뚝 떨어진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술 소비량은 슬로베니아에 이어 세계 2위다. 그러나 슬로베니아는 대부분이 맥주와 같은 약한 술을 마시는 반면 한국인은 80% 이상이 소주 위스키 등 독주(毒酒)를 마시기 때문에 실제로는 술로 몸을 망치는데에 있어서 세계 1위다.

맥주나 포도주 등 약한 술은 적당량 마시면 심장병이나 뇌중풍 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지만 독주는 그렇지 않다. 매일 독주를 3∼5잔 마시는 경우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10년 후 사망률이 1.4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혈압이 높은 사람은 약간의 술이라도 뇌중풍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많은 중년들은 주력(酒力)이 예전같지 않다고 걱정하는데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인체에서 알코올 분해효소는 30, 40대부터 줄기 시작해서 60대에는 20대의 절반으로 떨어진다. 그런데도 젊었을 때처럼 술을 마신다면 화를 자초하는 격이다.

▽몸의 변화를 인정하라〓많은 중년이 “체력이 떨어졌다” “건망증이 심해졌다” “매사에 짜증이 난다” “초조하고 안달복달하는 일이 많아졌다” “소변 줄기가 예전같지 않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체는 30세를 기점으로 매년 1%씩 기능이 떨어진다. 즉 30세 이후에는 매일 조금씩 늙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남성은 남성호르몬이 줄고 여성호르몬이 증가하면서 감성적으로 변하고 마음의 상처를 잘 받는다.

중년기에는 젊었을 때로 돌아가려고 하기보다는 중년의 신체에 맞는 심신 건강법을 찾아야 한다.

중년은 운동도 과격함을 피하고 자신의 목적에 맞춰야 한다. 무릎이 좋지 않은 중년 여성은 러닝머신에서 뛰는 것보다 걷거나 수영하는 것이 좋다. 체중 조절을 위해서는 30분 동안 격렬히 뛰는 것보다 1시간 동안 빨리 걷는 것이 낫다.

한때 중년 이후에는 달리기 조깅 등 심폐기능을 강화하는 유산소 운동만 해야 한다고 여겨졌지만 요즘에는 근육운동과 유연성 강화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이론이 우세하다.

팔굽혀펴기 계단오르기 등의 근육 운동은 혈당 조절 등과 관련 있는 인슐린의 기능을 강화시켜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며 스트레칭 등 유연성 운동은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중년 중 피로감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의 상당수는 과로 때문이다. 일 때문에 하루 4∼5시간밖에 못자는 사람이 피로한 것은 당연하다.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사람은 7, 8시간은 자야 한다. 많은 사람이 ‘그날 자서 그날 일어나는데(밤12시를 넘겨)’ ‘그날 일어나서 그날 자도록(밤12시를 넘기지 않도록)’ 바꿔야 한다.

또 자기 전에 부부 간에 사랑을 나누는 것이 성기능을 유지시키고 가족의 화목과 건강에도 좋다. (도움말〓성균관대 의대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50대부터 '노인되는 준비' 필요▼

50대는 자신이 부인하든 않든 곧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다. 이를 인정하고 노인이 되는 준비를 해야 한다.

남성은 우선 일터에서 가정에로 관심을 조금씩 옮기기 시작해야 한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도 가급적 가족과 지내면서 풀도록 한다.

노인이 되면 남는 시간이 ‘지옥’이 될 수도 있다. 중년 때 한 두 가지 취미생활을 가지면 당장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며 노년기에 공원에서 무료하게 소일하는 것도 피할 수 있다. 취미는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좋다. 남성은 골프를 치더라도 아내와 함께 필드에 나가도록 한다.

직장에서 은퇴하면 친구가 절실하다. 주위에 흉금을 털어놓을 친구가 몇 명 정도 있는가 돌이켜보고 일에 매달려 친구 관계에 소원했던 사람은 지금부터라도 옛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도록 한다.

일을 열심히 하는 제자나 부하는 사랑스럽기 그지 없지만 이들은 후계자이면서도 언젠가 자신을 밀어낼 경쟁자이기도 하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이 은퇴했을 때 이들과의 친밀감을 유지하려면 ‘일’ 외에 인간적인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젊었을 때 자신의 부모와의 갈등을 노년기에 자녀와의 관계에서 재연한다. 부모가 살아계시면 빨리 갈등 관계를 해결하는게 나중에 자녀와의 관계도 수월해지는데 좋다.

또 자녀의 인격과 독립성을 인정하는 것이 자녀와의 갈등을 줄이고 말년에 제대로 효도를 받는 길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도움말〓성균관대 의대 정신과 김이영 교수)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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