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영어 못하면 우물안스타

  • 입력 2001년 7월 23일 18시 32분


홍콩의 영화배우 주윤발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홍콩은 중국어와 함께 영어가 공용어로 쓰이는 나라이지만 그는 그래도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 할리우드로 진출한 뒤 약 2년 간은 영어공부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최근 우리 배우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서서히 영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박중훈은 얼마 전 촬영을 마치고 온 할리우드 영화에서 영어 대사를 전담 교사를 붙여 500회 이상 연습했다고 한다. 미국 뉴욕대(NYU)에서 공부한 그도 이 정도로 연습을 해야만 할 만큼 할리우드의 시스템은 철저했다.

상당수의 우리 배우들은 할리우드에 진출할 꿈을 갖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상당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할리우드 진출을 위해서는 언어라는 장벽이 아직 높기만 하다.

우리 연예인 중에 외국에서 살다온 일부를 제외하고는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수의 경우 유승준이나 터보의 마이키처럼 재미 교포출신이 꽤 많지만 배우의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미국 유학파인 차인표와 이서진은 일상 대화에 아무 지장이 없을 정도의 영어를 구사한다. 스카이의 뮤직 비디오 ‘영원’을 찍을 당시 캐나다 스탭들과 자유롭게 농담을 주고받는 이 두 사람을 보면서 평소보다 더 말이 없던 장동건은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여배우 중에는 재미 교포 출신인 김윤진 한고은 김민 최윤영 등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이 때문에 김민은 성룡의 상대 역으로 ‘엑시덴탈 스파이’라는 홍콩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다. 한고은은 현재 교제설이 나돌고 있는 ‘god’의 박준형(역시 재미 교포)과는 아마도 영어로 일상 대화를 하지 않을까.

국내 스타 배우들 사이에서도 최근 영어공부 바람이 일고 있다.

송승헌은 김범수의 뮤직 비디오 ‘하루’를 찍을 당시 스탭으로 일했던 캐나다 교포를 한국으로 불러들여 골프와 영어를 동시에 배우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홍콩의 영화사에서 송승헌을 주연으로 쓰고 싶어한다는데, 발빠른 그의 움직임이 빛을 발할 시기가 올 것 같다.

배용준은 드라마 ‘호텔리어’를 찍으면서 재미교포 출신의 M&A 전문가 역할을 했는데 극중에서 자신의 영어 구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아예 영어 공부를 하겠다며 미국으로 떠났다. 비록 한두 달의 짧은 일정이지만 집중력이 강한 그의 성격상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밖에 아시아 시장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는 이병헌이나 장동건, 정우성 등도 국제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 본격적인 영어 공부에 돌입했다.

이런 추세라면 홍콩 영화 ‘와호장룡’처럼 우리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가 아카데미 후보에 오를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김영찬<시나리오작가>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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