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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기자의 시네닷컴]'댄서 인 더 다크'의 두 평가

입력 2000-12-21 18:58업데이트 2009-09-2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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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 최악의 영화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댄서 인 더 다크(Dancer In the Dark)’를 꼽았다는 소식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는 한 친구가 “기분 나쁘다”고 투덜댔다. “주연배우 비욕의 전율을 자아내는 연기에 눈물바람이 됐는데, 최악이라니 엉엉 운 내가 모욕을 당한 기분”이라는 것.

친구와 달리 나는 ‘타임’의 선정이 재미있다. ‘댄서 인 더 다크’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 잡지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이런 게 영화의 미래라면, 차라리 과거를 돌려다오”하고 주장했다.

한 영화에 ‘최고’에서 ‘최악’까지 평가가 달라지게 하는 요인은 뭘까. 완성도에 대한 평가 기준조차 사실은 상당히 주관적인 것 아닐까. 만든 이에겐 어느 영화가 소중하지 않으랴만 영화를 ‘체험’하는 관객의 입장에선, 내게 말을 걸어오지 못한다면 제 아무리 걸작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색하고 할 일은 아니지만, 영화팬의 입장에서 순전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올해 개봉된 한국영화 중 ‘베스트 3’과 ‘워스트 3’을 꼽아봤다. 어떤 영화를 사랑하거나 혹은 못견뎌했던 영화팬이라면, 각자 자신만의 ‘베스트’와 ‘워스트’를 꼽아보시길. 그 영화들과 함께 한 당신의 1년은 지낼만 했는지….

우선 ‘베스트 3’는 ‘박하사탕’ ‘공동경비구역 JSA’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박하사탕’과 ‘공동경비구역 JSA’는 영화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라 할 만하다. 과거로 뒷걸음치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바라보게 하는 ‘박하사탕’으로 나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무거운 이야기에 대한 강박을 벗어던졌으면서도 짐짓 폼잡는 수많은 액션영화들보다 진심의 무게가 실려있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올해의 발견’이다.

다음 ‘워스트 3’는 ‘단적비연수’ ‘청춘’ ‘하피’.

쟁쟁한 출연진에 45억원을 들이고도 ‘단적비연수’만큼 뒤틀린 모양새를 갖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단, 시도는 평가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2000년의 신세대에게 70년대식 정서를 억지로 주입한 ‘청춘’의 감상 과잉은, 이 영화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이었을 ‘성장의 통증’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에 가장 큰 장애다.

올 여름 공포영화 시리즈의 문을 연 ‘하피’는 차라리 기괴한 코미디에 더 가깝다.

관객과 영화의 구성, 연기를 깡그리 무시해버려 ‘워스트’목록에 넣기에도 망설여진다.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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