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충무로]김상일/한국 애니메이션의 생존전략

입력 2000-06-12 19:37수정 2009-09-2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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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연례 회의중 정글에 조난당했을 때의 탈출전략을 팀 별로 짰던 모의 게임이 생각난다. 나침반 판쵸우의 라디오 총 지도 등의 장비들을 놓고 탈출을 위한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게임의 결과는 정말 다양했다. 첫째 팀은 정글에서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다며 나침반을 첫번째로 선택한 반면 둘째 팀은 일교차가 워낙 극심하니 체온 보존과 약간의 잠을 위해 판쵸우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셋째 팀은 맹수의 위협에 맞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총을 가장 중요한 장비로 꼽는 등 팀에 따라 결과는 너무 다르게 나타났다.

디지털 시대의 ‘인터넷 정글’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자세로 가장 적합한 경영 방식을 선택해야만 하는 우리의 현실은 이 정글 탈출 모의 게임과도 비슷하다. 애니메이션 산업 또한 예외일 수 없다.

할리우드에서는 1920년대 월트 디즈니가 장편 애니메이션을 셀 방식으로 제작하여 관객에게 선보인 이래로 만화영화 산업에서 지속적인 기술 발전이 이뤄졌고 최근 몇년 사이에는 3차원(3D)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월트 디즈니사는 올해 실사배경과 디지털 그래픽을 합성한 합성 애니메이션 ‘다이너소어’를 만들어 미국에서 개봉했고 조만간 전세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처음엔 낯설기만 했던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지금은 전통적인 기법보다 더 역동적인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애니메이션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거리이다. 실사 영화의 많은 부분을 애니메이션이 대체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우리 나라의 경우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과 하드웨어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 세계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창의력을 바탕으로 인적 자원과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 지난해 미국 시장을 강타한 일본 만화영화의 힘이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김상일(월트디즈니 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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