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적 레알-바르사 절정의 공존 축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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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의 전도사 델보스케
월드컵-유로-챔스리그 모두 우승한 첫 감독에

“스페인 축구의 ‘위대한 세대’가 엄청난 일을 해냈다.”

스페인이 2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유로 2012 결승전에서 이탈리아를 4-0으로 꺾고 유럽 축구 역사상 최초로 메이저대회(월드컵, 유로)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비센테 델보스케 스페인 감독(사진)은 월드컵(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유로(유로 201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2000, 2002)를 모두 우승한 최초의 감독이 됐다. 그러나 델보스케 감독은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스페인 선수들은 함께하는 축구를 합니다. 그런 방식의 축구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스페인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유로 2008 우승 전까지 스페인 축구에 ‘협동’이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팀의 주축을 이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셀로나(바르사)와 레알 마드리드(레알) 선수들이 틈만 나면 다퉜기 때문이다. 스페인 카탈루냐가 연고지인 바르셀로나는 19세기 말부터 반정부 운동의 중심이었다. 또한 프란시스코 프랑코 군사정권은 1939년 내전을 승리로 이끈 뒤 카탈루냐를 무차별 탄압했다. 바르셀로나는 그라운드에서 군사정권의 기반인 마드리드를 연고지로 하고 있는 레알을 상대로 분노를 표출했고 양 팀은 그라운드에서 끊임없이 대립했다.

레알 감독으로 두 차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델보스케 감독은 레알의 라이벌 바르사 선수들을 중용하는 동시에 “서로 잘 지내는 것은 스페인 국가대표 선수들의 의무다”라며 선수들의 공존을 강조했다. 그의 노력은 ‘점유율 축구’의 완성으로 이어졌다. 스페인의 미드필더는 사비 에르난데스, 세르히오 부스케츠(이상 바르사), 사비 알론소(레알)로 구성돼 정확한 패스로 상대팀을 압도했다. 스페인의 점유율을 중심으로 한 전술은 선수들 간의 약속된 움직임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끈끈한 조직력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세르히오 라모스(레알)와 헤라르드 피케(바르사)로 구성된 센터백 라인도 이번 대회에서 1실점을 기록하며 환상적인 호흡을 과시했다.

레알에서 델보스케 감독과 함께한 공격수 페르난도 모리엔테스(은퇴)는 델보스케 감독을 ‘지능적인 감독’으로 평가한다. 그는 “델보스케 감독과 대화를 하고 나면 그가 나를 전적으로 믿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선수의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델보스케 감독은 메이저대회 4회 연속 우승을 위한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예선을 잘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해외 스포츠#해외 축구#유로 2012#스페인#델 보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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