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李법무-趙청장 만나 설득… 중재 실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 ‘경찰 수사개시권’ 갈등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사개특위) 5인 회의는 17일 형사소송법에 경찰의 수사개시권과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당초 검찰과 경찰은 이날 국무총리실 중재로 합의안을 만들어 국회에 보고하기로 했으나 견해차가 커 합의에는 실패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한 뒤 이귀남 법무부 장관 및 조현오 경찰청장과의 3자 회동을 갖고 총리실이 마련한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검경 양측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중재안은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인정하면서 경찰에 수사개시권은 물론이고 진행권까지 부여하는 내용으로 전해졌다.

국무총리실은 미리 만든 중재안을 이날 여야 소위 간사로 구성된 5인 회의에 보고했다. 여야와 경찰은 중재안에 찬성했으나 검찰은 수사개시권 명문화에 반대한다는 당초 입장을 고수했다. 사개특위는 20일 5인 회의를 열어 수사개시권 명시 논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다.

검찰과 경찰은 사개특위 논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싸움을 벌였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전 10시 24개 부서 수석검사들이 모여 사개특위 논의와 관련해 평검사 회의를 여는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19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전체 평검사 회의를 열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과 민주당 최인기 의원 주최로 열린 ‘수사현실의 법제화 입법 공청회’에 2000여 명이 참석해 검찰을 성토하고 수사개시권 명문화를 위한 결의를 다졌다.

○ “경찰의 실적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검찰

검찰은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갖게 되면 무분별한 수사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범죄를 적발하거나 형사처벌 대상자가 많을수록 높은 점수를 주는 현행 경찰 인사평가 시스템을 감안할 때 수사개시권 부여는 실적 경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가 연루된 사건은 검사가 아닌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하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일선 경찰서장 등 경찰 수사지휘 라인에 수사 전문가가 아닌 경비, 정보, 경무 업무가 주특기인 간부가 많다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 “수사 현실을 반영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경찰

경찰이 수사개시권 명문화를 주장하는 주된 논리는 ‘현실을 반영한 법제화’다. 절도, 폭력, 교통사고처럼 전체 사건의 95% 이상을 경찰이 검찰 지휘 없이 수사를 개시(입건)하는 만큼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통해서만 수사할 수 있어 ‘수사 보조자’처럼 돼 있지만 실제론 ‘수사 주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입건 남발과 무더기 입건 등으로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 “구속 등 강제수사 영역은 여전히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데다 입건 후에도 기소는 검찰이 하게 돼 있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견해다. 선거·공안 등 주요 사건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입건기준을 검찰이 지휘하는 만큼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게 경찰 측 시각이다.

○ ‘밥그릇 싸움’이라는 대통령 말에 ‘검찰, 불만’ ‘경찰, 서운’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민생 점검 및 공직윤리 확립을 위한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 검경 간 갈등을 ‘밥그릇 싸움’이라고 질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선 경찰관들은 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경정급 간부는 “밥그릇 다툼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경찰의 요구는 수사 개시 등 이미 있는 현실을 법제화해 달라는 것일 뿐 검찰처럼 정부에 권리를 더 보장해 달라고 조르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검찰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이 발언의 속뜻을 알기 위해 고심하는 분위기였다. 수사권 조정 논의에 반발해온 평검사들은 더욱 격양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수도권 지검에서 근무하는 한 검사는 “행정부 수장이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수사권 조정 논의를 한갓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