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로 달려드는 승객들… 가슴 덜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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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주제는 ‘안전’]<77>버스정류장의 위험천만 승차

24일 오후 퇴근 시간에 서울 영등포역 근처 영중로 버스정류장 앞 차도에서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차도를 활보하는 사람들로 인해 곳곳에서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24일 오후 퇴근 시간에 서울 영등포역 근처 영중로 버스정류장 앞 차도에서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차도를 활보하는 사람들로 인해 곳곳에서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서울 영등포역 근처 영중로는 대표적인 혼잡도로다. 서울과 인천, 경기 서부권을 운행하는 버스노선 40여 개가 이곳을 지난다. 금요일 퇴근시간인 24일 오후 6시 반경.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하나둘 차도로 발을 내디뎠다. 보행자와 노점으로 복잡한 인도를 피해 아예 차도로 걷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버스 한 대가 나타나자 20여 명이 우르르 차도로 내려가 버스로 달려갔다. 버스는 아예 정류장 가까이 오지 못한 채 두 개 차로에 걸쳐 멈춰섰다. 버스 운전사 이종원 씨(56)는 “차가 서기도 전에 몸으로 막아서다시피 오는 사람들을 보면 무섭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슷한 시각 인근 횡단보도에는 시민 약 50명 가운데 7, 8명이 차도까지 내려와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 고개 숙인 채 스마트폰을 보고 있거나 일행과 대화 중이었다. 차량이 경적을 울려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현장의 김모 씨(26·여)는 “인도가 복잡하거나 횡단보도에 서 있는 사람이 많으면 차도로 내려오는 편”이라며 멋쩍어했다. 시민 A 씨(56)는 “횡단보도 근처니까 자동차가 알아서 속도를 줄이지 않겠냐”고 반문하며 “사고 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보행자 보호구역인 인도에서 보행자가 사고를 당하면 자동차가 100% 책임을 진다. 하지만 차도에 발을 디딘 채 사고가 나면 보행자도 사고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옆에 인도가 있는 차도에서 보행자와 자동차가 부딪치면 보행자의 기본 과실률은 20%. 택시나 버스 승차를 위해 차도로 달려들다가 접촉 사고가 나면 과실률이 5∼10% 가산되기도 한다. 특히 차량이 모든 교통법규를 준수해 진행하거나, 비나 눈이 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받을 때 차도에서 사고가 나면 보행자 과실률은 50%를 넘을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나 자동차 블랙박스 보급 증가 등으로 차도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보행자 과실이 0%로 판명나는 일은 드물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과실률도 문제지만 차량과 부딪치면 보행자는 부상과 이에 따른 후유증을 겪는 등 건강상 손해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보행자 교통사고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보행자 사고자 중 사망자는 연평균 약 2000명, 부상자는 5만1000명 정도다. 경찰 관계자는 “무단횡단, 차도 보행 등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않고서는 보행자 교통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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