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사 몰카는 원로스님들 도청하기 위한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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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박 연루 의연 스님 주장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일부 스님의 도박 장면 동영상은 애초에 도박 장면이 아니라 조계종 원로 스님의 대화를 촬영하려다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사건에 연루돼 참회문을 내고 조계사 부주지직에서 물러난 의연 스님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4월) 24일에 있을 백양사 방장 수산 큰스님의 49재 추모법회 준비회의를 하였으며, 이때 원근 각처에서 동참하는 스님들과 손님들의 숙소로 절 아래 작은 ‘백양사관광호텔’(객실 40여 개와 특실 3개) 전체를 예약하기로 했으며 특히 특실 3개는 원로회의 큰스님들의 숙소로 사용하기로 하고 예약했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하지만 그날(23일) 원로의원 스님들은 당일 밤 오시지 않고 다음 날 49재에 오신다는 통보를 받게 되었고, 이제 저희 도반 스님 몇 분이 그 특실을 사용하게 됐다”고 썼다.

또 스님은 “4월 22일에는 ○○ 스님과 함께 일반인 3명이 당일 문제의 호텔 내 특실 3곳을 체크인하였으며, 이때 투숙객으로 가장해 문제의 방을 포함하여 특실 3곳에 무선 핀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스님의 글에 따르면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목적은 스님들의 도박이 아니라 이 객실들에 묵기로 한 원로 스님들의 대화를 알아내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연 스님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너무 억울한 생각이 들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게 됐다”며 “누가 왜 이런 ‘몰카’를 설치해 무엇을 노렸는지는 호법부와 검찰 조사에서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원로 스님들이 아무래도 종단 운영에 있어 중요한 정보를 많이 알고, 영향력도 크기 때문에 몰카는 내분에 휩싸인 백양사의 향배 또는 특정인을 협박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원 율원 선원을 갖춘 국내 5대 총림(叢林)의 하나인 고불총림 백양사는 ‘지선 스님은 수좌 역할을 맡고, 현 주지는 물러나라’는 내용의 수산 스님 유지를 둘러싸고 대립해 왔다. 현 주지인 시몽 스님 측은 “큰스님이 재산 상속하듯 그런 유시를 남길 리 없다”며 유시의 조작설을 제기해 왔고, 지선·만당 스님 측은 조속한 유시 이행을 주장해 왔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몰카 설치자로 시몽 스님 측근 스님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반면 시몽 스님은 1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몰카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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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계사 종무실장 이세용 씨는 도박 동영상과 관련한 첫 보도가 실리기 하루 전인 5월 3일 인근 식당에서 나눈 불교계 언론과의 대화를 소개하며 “이 관계자가 백양사 종무소(시몽 스님 측)에서 동영상 제보를 받았다. 조계사 쪽에서 나서 백양사 종무소와 반대 측이 타협하도록 협상하면 기사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중간에 이 관계자에게 명진 스님의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동영상은 몇 단계 거쳐 받았다. 불교 언론이라 모두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명진 스님이 동영상에 대해 알고 있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전화로 무슨 내용을 나눴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백양사#몰카#원로스님#의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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