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예비역 대장, 6·25전쟁 60주년 사진전 ‘경계에서’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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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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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이 피흘려 구한 조국…길가 풀 한포기도 아껴주기 바란다”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6·25전쟁 60주년 사진전을 찾은 백선엽 예비역 대장이 6·25전쟁 당시의 유품 사진들을 둘러보며 낙동강 유역 다부동전투와 서울탈환전투 등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6·25전쟁 60주년 사진전을 찾은 백선엽 예비역 대장이 6·25전쟁 당시의 유품 사진들을 둘러보며 낙동강 유역 다부동전투와 서울탈환전투 등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사진 속의 다부동 전선(6·25전쟁 당시 낙동강 최북단 방어선)을 바라보는 노병의 표정은 복잡했다. “다부동 전투는 상당히 치열해 무려 3000명에 가까운 우리 병사들이 전사한 곳입니다. 작가는 유년시절 동네 어른들에게 들은 다부동 전투에 대한 기억을 살려 어두운 톤으로 다부동의 풍경을 찍었습니다.” 사진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은 노병은 고개를 끄덕이며 “잘 찍었군요”라고 화답했다.

10일 6·25전쟁 60주년 사진전 ‘경계에서’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을 찾은 백선엽(90) 예비역 대장은 정정한 모습이었다. 1사단장과 육군참모총장으로 활약하며 6·25전쟁의 산 증인으로 불려온 백 장군은 이번 사진전에 모델로 참여할 정도로 관심을 보여왔다. 사진가 주명덕 씨는 백 장군의 현재 얼굴을 사진에 담아 전시하기도 했다. 사진전을 기획한 신수진 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 교수는 “백 장군님을 비롯해 몇몇 노병들의 얼굴을 사진으로 담았는데 6·25전쟁에 대한 참혹한 기억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견인한 자부심이 뒤섞인 독특한 표정이 우리 현대사를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전쟁의 무대가 됐던 다부동을 비롯해 카빈소총 대검 등의 전사자 유품, 휴전선 정경 등이 담긴 사진들을 둘러보던 백 장군은 한 노인의 사진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전사통지서를 받았지만 이를 믿지 않고 전쟁에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101세 박외연 할머니의 최근 사진”이라고 설명을 듣자 백 장군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잠시 상념에 빠지기도 했다. 그는 “분단의 아픔과 6·25전쟁의 비극을 압축해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방 부대에서 열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장면을 코믹하게 터치하는 등 젊은 작가들이 각종 첨단 사진기술로 전쟁과 휴전선 주변의 상황을 재구성한 데 대해 감탄한 그는 6·25전쟁 관련 사진들이 많이 전해지지 않는 데 대해 “카메라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미군 포병부대에서 가끔 찍으면 그것을 나중에 받곤 했다”며 아쉬워했다.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휴전선 주변을 담은 사진들을 둘러본 백 장군은 1951년 서울 재탈환 전투를 회상하면서 “서울 시내를 거니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울)를 되찾기 위해 400문의 포를 설치하고 싸웠다. 거리 하나하나를 되찾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쳐야 했다”며 “젊은 세대들이 풀 한 포기까지 아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사진전은 20일까지 열린다. 02-720-0655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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