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바마 재선]<下>글로벌 다자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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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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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영향력 강화 나설 ‘오바마 독트린 2’ 中과 충돌 불가피
오바마의 6대과제

《집권 2기를 맞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앞에는 풀어야 할 지구촌 문제가 산적해 있다. 4년 전 집권 후 ‘세계와의 화해’를 주장하며 다자 협력을 강조해 온 ‘오바마 독트린’이 그 힘을 발휘할지가 주관심사다. 포린어페어스 등 해외언론이 지적한 대표적인 6대 문제를 사진과 함께 정리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4년간 ‘세계와의 화해’를 주창하며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외교정책을 펼쳐왔다. ‘오바마 독트린’으로 불리는 그의 외교철학은 미국의 이념과 가치를 무력이 아닌 경제 문화 인적교류 등 소프트파워를 통해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외교의 취약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중동과의 관계 재설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시작했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면서 중동지역서 반미감정을 줄여 갔다.

또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열망이 터져 나온 ‘아랍의 봄’ 사태를 맞아 시민들의 민주화 노력을 지원하며 이집트, 리비아 등의 독재정권을 압박했다. 9·11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고 파키스탄 예멘 등에서 알카에다 소탕에 나서면서 미국의 안보 확보라는 기본 원칙에는 양보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오바마 1기의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찬사와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오바마식 외교가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전 세계적으로 미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 외교무대에서 미국의 역할이 줄어들고 적대국과 대화를 추구하느라 기존 동맹국과의 관계가 소홀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교정책의 큰 밑그림이 없이 일단 사건이 터져야 해결에 나서는 단기 성과주의 외교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마틴 인디크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 ‘역사 구부리기: 오바마의 외교정책’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혁신적인 것은 아니지만 현명한 외교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평가했다.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 틀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이상주의와 미국의 이해관계를 추구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쉽지 않은 ‘균형 잡기(Balancing Act)’를 하는 과정에 이상보다는 현실에 더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2기 외교정책이 1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대(對)아시아 외교 집중 △중동 국가들과의 화해 지속 △비핵화 노력 강화 등 크게 3가지 방향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리핀 美대사관 앞서 反오바마 시위 필리핀 마닐라의 미국대사관 앞에서 한 여성이 9일 ‘이민자와 노동자 계층에게 최악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불만을 나타내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으로 미국이 앞으로 4년 더 필리핀에서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경제 주도권을 강화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마닐라=EPA 연합뉴스
필리핀 美대사관 앞서 反오바마 시위 필리핀 마닐라의 미국대사관 앞에서 한 여성이 9일 ‘이민자와 노동자 계층에게 최악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불만을 나타내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으로 미국이 앞으로 4년 더 필리핀에서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경제 주도권을 강화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마닐라=EPA 연합뉴스
오바마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전략적 이익의 중심을 중동과 유럽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전환하는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정책의 구체적 전략을 내놓는 것이다.

그 전략의 핵심은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에 대해 봉쇄와 협력의 어중간한 입장을 보여 왔다. 취임 당시 중국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후 한국을 포함해 중국을 둘러싼 국가들과 군사력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중국을 포위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왔다. 또 중국의 환율 조작, 인권 침해 등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과 북한 핵개발, 시리아 사태 등의 어려운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국제무대에서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레그 섀퍼 미 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양국이 ‘심각한 관계 악화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지배적이었으나 앞으로 미국의 대중 압력이 강화되고 중국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여 험난한 앞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중동 과제도 산적해 있다. 2014년 말로 예정된 아프가니스탄 철군 계획을 마무리하고 시리아 사태 개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아랍의 봄’으로 친미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난 뒤 반미 성향의 이슬람주의자들이 세력을 넓히고 있는 것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저지를 위한 확고한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프라하 연설에서 “북한과 이란이 핵개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경고를 보냈다. 대선을 앞두고 지난달 발표된 민주당 정강정책은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개발해 국제적인 의무를 따르지 않는 북한 정권이 가혹한 선택에 직면하도록 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체 상태에 있는 북-미 관계 타개를 위해 집권 2기에는 더 과감하게 대화를 밀고 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파리드 자카리아 뉴스위크 칼럼니스트는 “선거를 의식한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힘을 과시하는 보수적 외교 행보를 보여 왔지만 선거의 부담이 사라진 후 다자적 협력외교로 복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본다면 북한보다 이란이 주요 관심사가 될 공산이 크다.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외교정책 성공 여부는 또 경기 침체와 정치 혼란이라는 내부적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국의 정치 및 경제 시스템 불안은 다른 나라들이 슈퍼파워 미국을 바라보는 기대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단순히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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