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새권력 美 오바마 재선]신분 확인도 없이 투표를? 美 선거시스템 ‘신뢰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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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학온 60개국 관리들 깜짝

“투표소에 경찰을 배치하지 않는다고요? 신분증이 없어도 투표를 할 수 있어요? 그게 정말 가능합니까.”

6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치러진 대통령 선거를 견학한 세계 각국의 선거 관리자들이 미 선거 시스템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고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전했다. 나흘간 선거 진행을 지켜본 그들의 눈에 비친 미국은 맘만 먹으면 언제든 부정을 저지를 수 있을 만큼 허술해 보였기 때문이다.

예멘과 잠비아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60여 개국에서 온 국제선거제도재단(IFES) 소속 선거 담당자들이 가장 놀란 것은 대다수 주에서 별다른 신분 확인 없이 투표가 가능하단 점이었다. 우편이나 온라인 투표도 마찬가지였다. 리비아에서 온 누리 엘라바르 씨는 “믿을 수가 없다”며 “아랍에선 이런 시스템을 악용해 여러 번 투표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소에 경찰이나 선거를 감시하는 인력이 따로 없다는 점도 신기해했다. 그럼 선거가 안전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누가 관리하느냐는 반문이다. 미국인들은 경찰 배치를 불편하게 여기는 데다 제한된 선거 관리 인력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정당에서 파견한 참관인들이 투표를 지켜본다는 설명에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선거 뒤 남은 투표용지 처리 방식도 화제였다. 미국은 개표요원이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현장에서 처리하거나 수거해 가는 게 일반적이다. 모로코는 남은 용지를 현장에서 소각하고, 러시아는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오용될 위험을 막는다.

주마다 선거 스타일이 제각각인 점도 얘깃거리였다. 메릴랜드 주는 이미 전자투표가 일반화됐는데, 워싱턴 주는 여전히 종이 기입이 주된 투표방식으로 남아 있다. 미국에선 유권자들이 당일 투표소 명단에서 이름을 찾지 못해도, 일단 투표한 뒤 며칠 뒤에 신분을 입증해도 된다는 점도 인상적으로 꼽았다.

IFES 담당자들은 이 같은 선거는 미국에서나 가능하다며 이를 미국이 가진 ‘신뢰의 힘’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라 알우타이비 요르단 선거감독관은 “미 선거의 가장 놀라운 점은 시스템 자체가 아니라 이를 별 탈 없이 꾸려 나가는 유권자와 선거기관”이라고 말했다. 레바논에서 온 담당자는 “꾸준한 교육과 홍보를 통해 제도를 정착시킨 선거 선진국만이 가능한 일”이라며 “중동이나 아프리카는 현실적으로 당장은 불가능하다”라고 평가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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